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에 살면서] 신에게 다가가는 네팔의 휴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신에게 다가가는 네팔의 휴가

입력
2005.07.28 00:00
0 0

요즘 한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휴가다. 많은 한국인들은 모처럼 주어진 휴가 기간에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아무리 차가 막히고, 바가지를 쓰고, 수많은 사람들에 치인다고 할지라도 그야말로 황금 같은 휴가를 집안에서만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며칠 동안 고민하여 휴가 계획을 세우고 즐거운 마음으로 휴가를 떠난 많은 사람들은 앉는 자리마다 자릿세를 내야 하고, 바닷가에서 튜브나 수영복을 빌리는 데에도 많은 돈을 내야 하며, 어렵게 잡은 숙소는 비수기에 비해 몇 배의 돈을 주고 묵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돈을 쓰고 돌아와서 휴가비용을 계산해 보고는 ‘이 돈이었으면 이걸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에 잠시 빠져든다. 많은 한국인들은 휴가를 준비하고, 휴가를 보내고, 휴가에서 돌아오는 과정 속에서 ‘휴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간혹 ‘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휴가를 통해 일상을 떠나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찌들었던 마음을 씻어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휴가라는 뜻의 네팔어 ‘비다’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쉰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어떻게 휴가를 보낼 것인가?’라는 고민에는 서로 다른 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휴가를 친구, 연인이나 자녀들과 보내지만 대부분의 네팔 사람들은 친척들과 함께 사원에 간다. 사원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자신이 과거에 잘못한 일에 대해 용서를 빌고 앞으로 하는 일이 잘 되도록 기원한다.

힌두 신화가 담긴 ‘마하바라타’라는 책에서는 ‘판다바’와 ‘카우라바’가 전쟁 중에 휴가를 얻게 되는데, 이 기간에 신들은 술을 마시며 방탕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전쟁기술을 배우고,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기도한다.

이런 전통이 전해져 많은 네팔과 인도 사람들은 휴가를 사원에서 기도하며 보내고 있다고 생각되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네팔 사람들은 휴가기간을 신에게 기도하는 축제기간에 맞추기도 한다.

힌두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나는 한국인들의 휴가를 보면서 ‘휴가를 참으로 즐겁고 자유롭게 보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휴가기간에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는 것은 좋다. 한편으로는 삶 속에서 주어진 짧은 여유 속에서의 깨달음이 삶을 좀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검비르 만 쉬레스터 네팔인 무역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