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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악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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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악마의 선물

입력
2005.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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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지만 지난번 이 난(18일자)에 홍석현씨를 거론했다. 선배 기자의 글을 인용해 소수 독점 언론과 권력의 유착실태를 개탄한 것이었다.

<정부는 3대 언론권력자의 한 사람이요, 랭킹 1위 재벌오너의 처남이자 거액의 탈세 전력이 있는 중앙일보 오너 홍석현씨를 주미대사로 임명했다.> 일주일 만에 그를 다시 등장 시키는 소회가 착잡하다. 그 동안 ‘안기부 X파일’ 사건을 통해 엄청난 비리와 부패의 카르텔이 폭로되었다. 범위도 권력ㆍ언론ㆍ경제로 늘어났다.

△ 사법 고시에 합격했으나, 명문대 법학과 교수로 남은 친구가 있다. 그의 지론이 있다. ‘검찰과 언론만 제 역할을 하면 사회는 썩지 않는다.’ 대학교수들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언론인과 검찰에게는 자부심도 느끼게 하는 말이었다.

권력기관의 불법도청을 통해 드러난 일이긴 하나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그의 심정이 어떠할까? 신문사 사장이 대선의 유력 후보에게 거액의 삼성그룹 측 불법 자금을 전달하고, 유력한 검찰간부에게도 명절 떡값을 제공하는 내용이 폭로되었으니….

△ 믿음에 대한 배반은 사회 전분야에서 진행됐다. 비리를 드러나게 한 X파일 자체가 비리의 산물이었다. '사상 초유의 문민정부’를 자랑하던 김영삼 정부는 도청을 금지하는 통신비밀 보호법을 제정했다.

그러면서 안기부를 시켜 불법 도청하게 했으니 YS의 두 얼굴이 놀랍다. 국민을 먹여 살리는 듯하던 재벌기업 삼성의 드러난 이면도 충격적이다. 사회를 떠받치던 기둥에 모두 금이 가는 듯 황당하고 난감하다.

△ 악마의 선물 같은 X파일이지만, 그 파문의 향방은 잘 감시해야 한다.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국민은 또 한번 배반 당한다. 비밀도청팀의 한 당사자는 “(중앙일보에) 초상 났다고 좋아하지 마라.

입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큰소리 쳤다고 한다. X파일로 드러난 것보다 권ㆍ언ㆍ경 카르텔의 뿌리는 훨씬 크고 길다. 언론사들은 이제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사실을 축소ㆍ왜곡하기에 급급하다.

아직 언론사들이 겸허한 자세를 갖추기에는 멀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정의가 돈을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만인이 만인에게 돌을 던지는 한이 있어도, 쓰라린 교훈을 헛되이 해선 안 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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