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로 YS정부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가운데 DJ정부 때 일부 실세들이 X파일을 다룬 방식에 대해서도 개운치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림팀의 도청 정보를 DJ정부 핵심들이 알고 있었지만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덮었다는 게 의혹의 요지다.
우선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X파일 등 도청테이프 200여개를 유출한 공운영 씨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국정원이 공 씨의 개인사업체 설립을 도왔다는 얘기도 있고 천 전 원장도 도청 자료를 개인적으로 활용했다는 증언들도 있다. 이런 의문점 때문에 도청 자료에 DJ정부 실세들과 관련된 예민한 내용들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이 협박을 받은 삼성의 제보로 테이프 회수에 나섰다지만 도청테이프의 복사본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천 전 원장이 테이프 잘 써먹었다”(공씨), “천 전 원장이 테이프 보관 사실을 주변에 얘기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전 국정원 직원)는 언급들은 천 전 원장이 도청자료를 어떤 식으로든 써먹었음을 짐작케 한다.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이 X파일 내용을 알았다는 점과 관련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정원 고위인사의 증언으로는 박 전 장관이 재미동포 윌리엄 박씨로부터 X파일의 거래를 제의받고 고민하다 정치적 역풍을 우려, 천 전 원장에 제보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이 윌리엄 박씨의 제의는 거부했지만 나중에 도청테이프 압수 후 천 전 원장으로부터 상당부분의 정보를 받았다는 첩보가 나돌고 있다. 도청테이프 보유만으로도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의 공격을 제어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X파일 녹취록에 DJ에게 불리한 내용이 누락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기아차 인수 검토가 DJ의 발언이라는 점 등이 빠졌다는 것이다.
최종 확인작업을 해야 명확히 드러나겠지만, DJ 발언의 누락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이를 의도적으로 뺐다는 얘기다. 물론 박 전 장관에게 녹취록을 건넨 윌리엄 박씨가 DJ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껴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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