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58)씨로부터 삼성 관련 도청문건 등을 건네 받은 윌리엄 박(58ㆍ한국명 박인회)씨가 이번 안기부 X파일 유출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르면서 그의 귀국 후 행적 및 테이프 유출 목적 등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로 뉴욕을 거점으로 무역업을 하던 박씨는 공씨로부터 받은 문건을 이용, 삼성측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모종의 거래를 성사시키려 했다.
공씨는 자술서에서 “1999년 박씨에게 삼성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건네주면서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동료 복직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보면 공씨는 박씨를 통해 삼성 측에게는 금전적 또는 사업상의 거래를, 다른 쪽으로는 전직 국정원 동료의 복직 문제에 삼성 문건을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삼성과의 거래가 불발로 끝나자 도미했다가 최근 귀국했고 이어 언론에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검찰에 긴급체포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박씨의 행적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고있다.
단지 그가 MBC 기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일단 X파일을 방송에 내보내는 문제 등을 MBC와 논의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박씨는 주요 등장인물인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이 주미 대사로 중용되는 등 주가를 올리자 이번에는 삼성측이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삼성과의 재 접촉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시도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이미 사건의 전모를 파악, MBC출신 앵커까지 영입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하고있던 삼성측이 다시 거절하자 ‘너죽고 나죽기 식’으로 폭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씨는 또 박씨에게 관련 문건을 건네주면서 자신과 전직 동료의 복직 문제를 거론했다. 박씨는 박 전 장관을 찾아가 녹음 테이프 없이 녹취록 만을 건넸고 박 전 장관으로부터 “고맙다”라는 말도 전해 들었다.
공씨는 당시 정권 고위층에게 녹취록을 통해 복직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박씨도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대가를 얻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씨는 녹취록을 이용해 공씨 등의 복직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적지않은 돈을 받으려는 그림을 그리고있었다는 결론이다. 물론 박씨는 “돈은 요구한 적은 없다. 국익을 위해서 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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