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사회 시간에 대가족과 소가족에 대해서 배웠다. 나는 그것을 한 집에 몇 대가 함께 사느냐, 하는 걸로 이해하지 않고 식구가 많으냐 적으냐 하는 걸로 이해했다.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는 한 골짜기 안에 나란히 붙은 자리에 터를 이루고 살았다. 우리집도 열 명이 넘었고, 작은댁도 열 명이 넘었다. 일 년에 한 번쯤 어느 복날, 큰집 작은집이 한꺼번에 닭 대여섯 마리를 잡아 가마에 끓여도 우리에겐 다리 한쪽 온전히 차례 온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와 작은할아버지, 아버지와 큰당숙 말고는 모두 살코기를 찢은 국 한 그릇씩 받아 먹었다.
그 때 한 동네에 살던 내 친구중의 하나는 같은 할아버지의 손자인 친사촌만 35명이 넘고 고종과 이종, 외종을 따지면 전체 사촌의 수가 60명이 넘는다고 했다. 아버지 형제가 여기 저기 흩어져 살아 얼굴을 보지 못한 사촌도 여럿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외아들이어서 친사촌이 없는 우리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그런 이야기야말로 점점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어갈 것 같다. 다들 둘도 많다고 하나씩만 낳아, 사촌 다섯도 예전의 50만큼이나 많게 느껴지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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