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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사정 대화 복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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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사정 대화 복원해야

입력
2005.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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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데나워 재단의 한국 소장 토마스 아베씨가 13년 한국생활을 청산하며 가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띈다.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한국의 문화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보신탕보다도 ‘빨리빨리’ 문화라는 대답이다. 초고속 경제성장은 물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한국사회는 그 내면에 뿌리 박힌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가능한 지도 모르겠다.

노사정의 대화와 사회적 타협은 어떤가? 이 또한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과거 권위주의국가 시절, 노동은 통제와 배제의 대상이었다.

기본적인 노동3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암흑기였다. 그러던 한국의 노동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국면에서 신설된 노사정위원회의 한 축을 맡고, 환란 극복의 초석이 된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 및 자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화 상대로 격상되었다. 하루 아침에 노동탄압국이 노사정 대화의 선도국이 된 것이다.

노무현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만 갔다. 남의 얘기만 같던 네덜란드와 아일랜드의 사회적 대화와 협력적 노사관계 또한 본받아야 할 미래 발전모델로 여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어 나갔다.

-盧 정부 들어 최악의 관계

그러나 빨리 자란 나무가 속이 영글지 못하듯이, 한국의 노사정 대화는 하루아침에 붕괴국면을 맞고 있다. 양대 노총은 김대환 장관의 퇴진을 포함, 노동정책 라인의 교체를 요구하며 노사정위원회에서 불참을 공식선언하고 나아가 303명에 이르는 중앙과 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직도 사퇴하였다. 친노동 정권이라고 보수세력으로부터 지탄을 받던 노무현 정부에서 최악의 노정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주면 노정관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계속 밀리게 된다는 염려, 보수언론과 일반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정치적 손익계산, 그리고 대기업노조의 이기심에 대한 실망 등이 겹쳐서인지 청와대와 여권은 철저하게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노사관계 모형으로 영국이나 미국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노사정 대화복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가 소득 2만불 고지를 달성하면서 동시에 심각해져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양극화 문제를 치유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대화를 재가동해야 한다. 보수언론에 두드려 맞을 각오를 하고 노동계의 요구에 일단 전향적으로 화답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 밀착된 개방경제로서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세계시장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하는 상시적 구조조정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나라이다.

금융산업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영국이나 세계시장 질서를 주도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미국의 빈익빈 부익부, 각개약진형 노사관계가 우리의 미래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노동배제의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네덜란드형 노사정 관계가 어찌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랴? 세상일에는 ‘빨리빨리’문화가 통할 수 없는 일이 있고, 노사정의 신뢰구축이 바로 그러한 일이다.

-사회적 갈등 해소의 길

노동계에 대한 서운한 마음 크겠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초심으로 돌아가 장기적인 시계에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노사정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주도한 이수호위원장체제의 민주노총과, ‘어용’의 오명을 마다하고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이었던 한국노총 지도부와도 대화를 못 나눈다면, 앞으로 이들을 누르고 득세할 강경파와 무슨 협력적 노사관계를 논할 수 있겠는가? 노사정 대화의 갈림길에서, 노무현 정권이 너무 쉽사리 방향키를 바꾸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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