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8월말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논의중인 대책이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쏟아지자 새 학기를 앞두고 매수 시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하남시의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37)씨는 “8월 대책이 나오면 집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정부 정책을 믿었다가 여러 번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새 학기 시작 전에 사야 할지 대책 발표 후에 사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체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8월말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입 시점을 늦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매수 시점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 강남권과 경기 분당, 용인 지역의 집값이 하락세 또는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과 덜 오른 지역 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정책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강남은 고점 대비 10% 수준, 분당 및 용인은 20% 수준까지 거품이 빠진 상태에서 소폭 하락세 또는 약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8월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하락기로 접어든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집주인이 아닌 수요자가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점이 실수요자들의 매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는 “주로 매수 및 매도 타이밍을 물어오는 상담객들에게 어느 정도 시세차익을 챙겼으면 팔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매입을 의뢰하는 고객들에게는 지금부터 9월말까지를 매수의 적기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매수 대상
일부 전문가들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있는 주택의 경우 지금 당장 매수에 나서라고충고하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다 해도 가치가 큰 단지는 차별화 현상을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 같은 돈으로 강남ㆍ북의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 것이 좋은 사례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팀장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가격 하락폭이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매수세가 주춤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시세보다 싼 매물이라면 매입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도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실물 경기 회복이 맞물리면서 주택 가격이 광범위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국지적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달리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기업 투자나 개인 소비가 급격히 늘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이 그 같은 전망의 근거”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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