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얘기라고 대개는 잊고 지내지만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상황이 그럴 뿐만 아니라 짧은 미래에 개선되리란 기대를 품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환경부가 발표한 2004년도 대기오염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흔히 미세먼지라고 불리는 직경 10㎛ 이하 입자상 물질(PM10)의 수도권 연평균 농도는 63㎍/㎥로 뉴욕과 런던, 도쿄 등의 22~32㎍/㎥에 비해 크게 높았다.
부산(60㎍/㎥)이나 대구(58㎍/㎥), 울산(50㎍/㎥) 등도 결코 낮은 것이 아니지만 대기 개선 역량이 집중돼 온 경과를 생각하면 수도권의 현상이 역시 두드러진다. 특히 경기 5대 도시의 평균은 67㎍/㎥나 되고, 황사가 극심했던 2002년도를 제외하면 조금도 낮아지지 않았다. 2003년도에 비해 평균 풍속이 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악화했다고도 추정할 수 있다.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이산화질소(NO2)나 오존(O3)의 연평균 농도는 거의 변화가 없고, 오존 주의보 발령 횟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과 자동차가 주범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1월 수도권 환경개선 특별법 시행에 맞추어 수도권 대기 질 개선을 위한 ‘10년 계획’을 가다듬었다. 공장과 자동차 포위망이 핵심이고, 그대로만 시행된다면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이를 위협하는 흐름이 잇따르면서 ‘10년 계획’ 자체가 잊혀져 가는 듯한 상황이다. 행정중심도시 건설 계획에 따른 수도권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수도권 공장 증설 규제완화, 대북 전력 지원을 위한 수도권 화력발전소 증설 등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하나같이 수도권 대기 질 개선과는 충돌하는 사안인데도 환경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가 보이게 하겠다던 다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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