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동안의 관저 칩거 후 26일 대사관에 출근한 홍석현 주미 대사는 감정을 자제한 채 “후임 대사가 올 때까지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욕 출장 연설의 연기로 이날은 외부 행사 일정이 없었지만 27일부터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식 등 공식 일정이 빡빡하다.
홍 대사의 사표는 당장 수리될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는 사표 수리 시기와 관련 “현안 처리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표 수리가 대사 집무의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사표가 수리된 후에도 홍 대사는 후임이 올 때까지는 공식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대사의 임무는 주재국에 본국 정부의 소환장이 제출되면서 종료되기 때문이다.
후임 대사는 자신의 신임장과 함께 전임 대사 소환장을 들고 와 주재국 원수에게 제정하는 것으로 ‘임무 교대’를 공식화한다. 다만 한 국가에 두 명의 대사가 머물 수 없으므로 통상 전임 대사는 후임자가 도착하기 전 주재국을 떠난다.
후임의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홍 대사는 한달여 동안 워싱턴에 더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향후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당장 6자 회담이 끝나면 미국 정부와의 협의 등 많은 일들이 그들 기다리고 있지만 레임 덕 대사에게서 역동적인 추진력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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