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장비를 이용한 신종 폰뱅킹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4월22일과 5월6일 각각 A은행 도곡동 지점과 B은행 녹번동 지점 등 2곳의 은행계좌를 대상으로 발생한 폰뱅킹 사고가 동일한 도청 수법이 이용된 점을 중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경기 고양경찰서와 일산경찰서 역시 올 1월부터 4월까지 B은행과 C은행 지점 등에서 발생한 같은 유형의 폰뱅킹 사고 3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사건은 모두 범인이 피해자의 전화단자함에 번호검출이 가능한 도청장비를 설치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폰뱅킹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지능적인 수법이 사용됐다.
피해자가 누르는 숫자에 따라 전화기 버튼 소리가 다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범인은 이렇게 알아낸 정보로 ‘정상 폰뱅킹 거래’를 통해 일단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인출해 갔다.
범인은 돈을 빼낸 뒤 피해자가 이를 쉽사리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바꾸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피해액은 480만~2,800만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각기 다른 사건으로 파악됐지만 동일한 수법이 사용된 점으로 미뤄 동일범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며 “도청장비를 사용한 폰뱅킹 범죄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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