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삼아 시작한 인라인 스케이트로 태극 마크까지 달게 됐네요."
전문 선수가 아닌 순수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인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최근 대한인라인롤러연맹이 확정한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황종수(28)와 민은실(30ㆍ이상 살로몬코리아)씨 등 2명은 9월2일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2005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 인라인마라톤 부문에 출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룬다.
동호인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은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연맹이 지난해 10월 전국체전을 앞두고 우수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전국체전 등 연맹이 주최하는 4~5개 대회 입상자에게 랭킹을 매겨 남여 종합 1위에게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부여하기로 공약한데 따른 것이다.
황씨는 지난달 열린 인천월드인라인컵 등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자부 동호인 랭킹 1위(총점 355점)에 올랐다. 여자부의 민씨도 주요 대회에서 3~4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꾸준한 실력으로 동호인 랭킹 3위(310)에 올랐다. 민씨는 랭킹 1, 2위 선수가 인라인과 사촌격인 빙상연맹에 등록한 적이 있어 순수 동호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태극마크를 다는 행운을 잡았다.
“입상이요? 꿈도 안꿔요. 세계의 유명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4년 전 연애 시절 남편과 데이트하면서 인라인을 처음 신었다는 의류업체 F&F의 디스플레이 디자이너 민은실씨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 국가대표까지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기뻐했다. 매일 퇴근후 1~2시간씩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맹연습을 해왔다는 민씨는 "직장인이라 연습시간이 부족하지만 대회전까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체력과 실전 훈련을 할 것"이라며 "그간 미뤄온 ‘2세 계획’을 대회후 실행에 옮겨 앞으로 가족과 함께 인라인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1999년까지 인라인 선수활동을 하다 은퇴후 스포츠용품업체인 살로몬코리아의 강사로 활동해온 황씨는 뒤늦게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게 된 늦깎이 대표. 2000년 선수 등록이 말소돼 연맹 규정상 5년이 지난 올해 동호인 자격을 얻게 된 황씨는 “선수로서 못 이룬 꿈을 동호인이 돼서야 이룰 수 있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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