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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선행보 본격화

입력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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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주)이 25일 ‘진보냐 중도냐’를 놓고 내부 노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당의 각 계파를 향해 휴전을 촉구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연패한 것은 물론, 상하 양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주면서 이념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더 이상 적전분열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촉구한 것이다.

그저 유력 대선주자의 ‘한 마디’ 정도로 보아 넘길 수 있는 힐러리의 이날 발언이 주목 받은 것은 민주당 중도진영의 모임인 민주당지도자협의회(DLC)가 진원지라는 점에서다. DLC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선에 처음 도전했던 1992년 ‘새 민주당(New Democrat)’이라는 중도이념을 주창하면서 민주당 황금기를 주도한 당내 최대 중도파의 모임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승리 요인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지만, ‘새 민주당’이념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에 버금가는 전향적인 논리로, 민주당에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후보 시절 DLC 의장이었던 클린턴 대통령이 DLC의 후원을 등에 업지 못했다면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DLC의 당내 영향력은 막강하다.

힐러리 의원은 이날 DLC가 ‘American Dream Initiative’라고 명명한, 2006년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에 제시할 당 이념을 확정하는 어젠다 프로그램의 책임자로서 연단에 올랐다. 남편인 클린턴이 DLC 의장으로서 대선에 나섰다면, 힐러리는 DLC가 당의 명운을 걸고 있는 어젠다 세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힐러리가 DLC에 입성했다는 것은 진보적 이미지를 탈색하려 한 그의 노력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로써 힐러리의 대선 행보는 더욱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힐러리 의원은 이날 DLC 모임에서 “13년 전 민주당의 모습을 복원해야 한다”며 안보 이민 낙태 등 당내 가장 민감한 문제들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이날 “힐러리가 DLC에서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지금까지 보여준 진보적인 성적표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의 변신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내비쳤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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