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주미 대사의 자진사퇴는 X파일 파문의 핵심 당사자로서 취해야 할 불가피한 선택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또 한미관계의 재정립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불과 5개월 만에 주미 대사직이 ‘유고’ 상태를 맞게 된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다. 당분간 대미관계의 외교적 손실과 업무 공백이 우려되지만 대선개입 비리 의혹을 한 몸에 안은 채 대사직을 수행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했다고 본다.
때마침 불법 도청과 대선자금 문제를 밝히기 위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조사활동이 본격 착수됐다. 홍 대사의 사퇴는 이 파문을 풀어가는 첫 단계의 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미 대사라는 고위 외교직의 손실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민이 이를 감내하는 것은 불법과 비리,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그만큼 막중하기 때문이다. 수사당국은 이를 깊이 인식하고 조사활동에 있어 한 치라도 주저하거나 좌고우면하는 태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주미대사직이 이렇게 단명하게 된 데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과 인선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을 수 없다. 이번 파문을 정확히 예상하진 못했다 해도 1997년 대선 과정 당시 홍 대사가 어떤 논란을 야기했는지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음을 지적하게 된다. 청와대의 고위직 인사가 왜 이렇게 번번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결국 현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후임 대사가 결정돼 부임하기까지는 여러 달이 걸릴 것이다. 당장 실무 대행 체제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업무관계의 격이나 효율에 일정 부분 차질은 어쩔 수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만전의 대책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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