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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측 작가의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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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남측 작가의 푸념

입력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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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6ㆍ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 폐막 연회에서 북측 한 문인은 건배를 제의하며 “재상봉을 위한 축원의 잔”이라고 했다. 서로 껴안고 얼굴을 비비기도 했고, 아쉬움에 광장 앞까지 나와 손 붙들고 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들뜸과 뿌듯함의 한 켠에 불편함과 안타까움이 억눌려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고통은 어쩌면, 내면의 자유에 예민한 작가들이 할 말 못하고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것들을 ‘거의 의무적으로’ 듣고 봐야 했던 고단함이었다. 가슴에 단 초상을 악의 없이 가리킨 게 시빗거리가 되고, 용변이 급해 대열에서 잠시 이탈했다고 모욕을 당한 예도 있었다고 한다.

급기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받은 선물을 모아둔 북측의 성역(聖域)인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 방문 직전, 남측 집행부는 참가자 전원을 강당에 소집해 ‘조심’을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손님으로 온 만큼 주인 집의 풍습을 존중해달라”는 것이었다.

교류를 통한 하나됨의 기반이 서로에 대한 신뢰임은 당연하다. 주최측의 당부 역시 ‘관계’의 끈이 약한 만큼 신뢰가 보다 굳건해질 때까지, 파트너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참고 조심하자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라는 고민은 남는다. 두 원소의 만남이 단순한 물리적 섞임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기 위해서는, 반응열(熱)은 불가피하다.

그 결합은 ‘신뢰 구축’의 기약 없는 명분에 묶여 끝없이 인내하고 조심함으로써 가속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딪침과 낯붉힘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 진정한 신뢰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위에 구축되며, 이해는 인내가 아닌 부대낌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어떤 시비 끝에 남측의 한 작가는 “우리만 늘 이렇게 북측을 이해해줘야 하느냐”고 푸념했다.

문화부=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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