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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무적의 손자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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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무적의 손자 부대

입력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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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방학을 하자 대학을 다니는 큰 조카가 제 사촌 동생들의 소집령을 내린다. 소집 대상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다. 오가는 날 빼고 이틀 동안 강릉 할아버지 댁에 모여 집 주변 청소도 하고, 장마 때 산에서 쓸려 내려온 흙도 치우고, 텃밭의 풀도 뽑고, 집안 구석구석 손 볼 데를 자기들이 깨끗하게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냥 놀러 내려온다 해도 반갑기만 한 손자들이 온다니 무조건 대찬성이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느냐고 칭찬하지만 집집마다 엄마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저희들 깐에는 몸으로 일하러 간다지만 그 엉터리 일꾼들의 뒷수발과 먹새 시중을 할머니와 그곳에 사는 큰엄마가 다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보기엔 수해 뒤 높은 사람들의 시찰단처럼 오히려 안 내려가는 게 돕는 건데, 이 철없는 시찰단은 저희들이 내려가서 산이라도 하나 옮겨 놓고 올 듯한 기세를 보인다. 예부터 여름 손님은 범보다 무서워 친정 오라비도 반갑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어른들한테는 오면 올수록 더 반가운 손님이 있다. 그것이 바로 왔다간 다음에 보면 오히려 일거리만 잔뜩 만들어놓고 떠나는 무적의 손자 부대들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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