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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시장의 반격 부른 '정부 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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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시장의 반격 부른 '정부 만능론'

입력
2005.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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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년전인 2002년 6월. 당시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한 케이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은 힘들며 이른 시일 안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 부총리를 비롯한 재정경제부 관료들은 하이닉스를 이 회사의 경쟁 상대인 미국 마이크론으로 넘기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었다. 반면 당시 신국환 장관 등 산업자원부 관료들은 “조금만 더 지원하면 살아날 것”이라며 매각 반대론을 펼쳐, 결국 하이닉스 매각을 무산시켰다.

3년이 흐른 지금 하이닉스를 둘러싼 대결은 산자부의 완승으로 끝났다. 마지못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출자전환 방식으로 지원한 국내 은행들은 이제 시세차익을 만끽하고 있다. ‘새옹지마’라는 말의 참 뜻을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에는 ‘정부는 만능’이라는 믿음이 팽배하다. 그러나 실증연구에 따르면 정부 개입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마이클 포터 교수에 따르면 1959년부터 1992년까지 34년간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75억달러를 지원한 237개 연구개발 프로젝트 모두가 실패했다. 반면 자동차오디오 비디오카메라 탄소섬유 등 일본의 경쟁력 있는 21개 산업에는 단 한 푼의 보조금도 흘러 들지 않았다.

비슷한 현상이 최근 국내 증권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를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려는 재경부 정책에 적극 호응한 회사들의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는 반면,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그렇지 않은 회사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은 주가가 1만원을 넘어서면서, 1999년 이래 다른 회사에 내줬던 증권업계 1위 자리(시가총액 기준)를 탈환했다.

이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증권시장 변화와 그에 대한 증권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느냐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다. 정부가 정해준 IB로의 전환이 매우 중요하며,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순응이 회사의 경쟁력과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실기업의 화려한 부활과 증권업계 선두 기업의 교체는 투자자들에게 자본주의 300년 역사를 관통하는 법칙, 즉 ‘시장은 살아 있고 매일 움직인다’는 법칙이 여전함을 알려주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1위에 안주하는 회사, 시장 질서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고 믿는 집단을 믿지 말라. 그들은 단지 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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