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멋지고 값지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스포츠행사인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도로일주사이클대회)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암에 걸려 시한부 삶이 예고된 랜스 암스트롱이 참가에 의미를 두고 도전했던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25일 제 92회 투르 드 프랑스 21구간 레이스가 비로 취소되면서 20구간까지 단체와 개인부문 1위를 지켜온 암스트롱의 종합우승이 확정됐다. 파리 샹젤리제의 결승선을 통과하는 극적인 장면은 생략되었지만 전세계 스포츠팬들은 그의 7연패에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 1993년 21세의 나이로 세계사이클선수권대회 우승을 계기로 3주동안 3,400여km를 주파하는 인간한계의 시험장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한 암스트롱은 첫 출전한 대회에서 최연소 구간 우승기록을 세우며 사이클 영웅의 자질을 보였다. 나날이 기량이 향상되던 그에게 1996년 고환암이라는 병마가 닥쳤다.
그는 뇌와 폐에 암이 전이된 상태에서 한쪽 고환과 뇌 일부를 도려내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재기를 선언한 그는 1999년 마침내 이 대회의 우승재킷을 입었다. 암을 극복한 그의 우승을 세계 언론은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대서특필했다.
■ 암스트롱은 이후 해마다 극적인 전설을 만들어가며 연승을 거듭, 지난해 사상 첫 6연패라는 난공불락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한번만 우승해도 생애 최대의 영광인 이 대회에서 6번이나 연속 우승했으니 사이클 분야에선 ‘황제 중의 황제’로 등극한 셈이다.
그 동안 자신의 기록을 스스로 깨뜨려온 그는 은퇴 무대로 삼은 이번 대회에서까지 우승함으로써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위대한 기록을 남기는 화려한 퇴장식을 가진 셈이다.
■ 사이클 황제의 뒤엔 요한 브뤼닐(40)이란 코치가 있었다. 사이클선수로 뛰다가 한계를 느끼고 은퇴한 그는 재기를 노리던 암스트롱으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았다. 그 역시 96년 대회 때 레이스 중 충돌사고로 낭떠러지로 굴러 사이클을 매고 올라와 완주했던 전설을 남긴 사람이다.
그로부터 체계적 훈련을 받으면서 성급하고 고집 센 암스트롱은 비로소 완전한 사이클 선수로 태어날 수 있었다. 철인정신의 암스트롱 못지않게 브뤼닐 같은 그늘에서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전설 창조의 주인공임을 확인한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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