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상할 것이다. 억울할 것이다. 다혈질인 그로서는 매스컴과 인터넷에서의 일부 곱지 않은 시선에 울화가 치밀 것이다. 그래서 최민식은 그것이 자기 무덤을 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우석 감독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송강호와 함께 열었고, 결국 사과를 받아냈다. 그리고 그는 목소리 높여 “내 출연료는 내가 결정한다”고까지 말했다.
이런 그의 행동에는 제작자들이 비판 대상으로 삼은 연기보다는, 인기를 빌미로 ‘돈만 밝히는’ 스타가 아닌 진정한 대배우로서의 당당함과 자존심이 깔려 있었다. 최민식이 한국영화계에서 몇 안 되는 소중하고 값진 배우라는 생각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인들에 의해 증명됐다.
이현승 감독(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한 TV 토론프로그램에서, 그와 영화를 두 편 함께 찍은 박찬욱 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한 영화인은 연극, 드라마를 거쳐 영화에서 정상에 서기까지 그의 좌절과 굴곡을 언급하면서 서슴없이 그를 ‘대배우’로 꼽았다. 그의 20년 연기생활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의 지금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파이란’에서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올라오는 3류 건달의 눈물, ‘올드보이’에서의 광기 그리고 28일 개봉하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유괴범의 비열하고 냉정한 모습은 그가 인기가 아닌 연기로서 충분히 대접받을 만 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자기 영화에 대한 애정 또한 누구 못지않게 커 홍보에 열심이었던 최민식이다.
그런 그의 얼굴을 요즘에는 좀처럼 볼 수 없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올해 대종상영화제 홍보대사인 그는 1일 개막식과 8일 시상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잔치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여배우 이영애보다 비중은 작지만 자신이 주연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첫 시사회(18일) 무대인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도 모두 거절했다. 그날 밤에 있은 VIP시사회에 잠깐 얼굴을 비췄지만 여전히 인터뷰는 사양했다.
아직도 그 ‘사건’이 준 상처가 아물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이유야 어떻든 ‘실추된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을 것’을 생각하면 그 어떤 만남도, 대화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 그냥 추켜세우는 것이 아니라, 최민식은 정말 대배우이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영화축제의 자리, 자신의 영화를 위한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게 오히려 최민식다운 것이며, 한국영화계와 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온 배우로서의 의무와 자존심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하루빨리 그가 훌훌 털어버리고 본래의 소탈한 성격을 되찾아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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