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가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기아는 25일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유남호 감독의 뜻을 받아들여 서정환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승격시켰다. 기아는 지난해 김성한(군산상고 감독) 전 감독의 중도 하차에 이어 2년 연속 시즌 도중에 감독을 바꾸게 됐다. 지난해 대행을 거쳐 10월 정식 감독에 취임한 유 전 감독은 한 시즌도 못 채우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는 2군에서 후진 양성에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모양새는 사의 표명이지만 경질의 성격이 짙다. 기아는 시즌 개막전 삼성과 함께 2강으로 꼽혔다. 그러나 초반 8연패에 허덕이더니 순식간에 최하위로 추락, 좀체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 쇄신용으로 5월9일 전격 단행된 코치진 대폭 물갈이 충격 요법도 별 무소용이었다. 꼴찌 기아는 현재 34승49패1무로 7위 현대와 3게임차다. 4위 SK와는 무려 9경기차로 플레이오프 진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감독 경질설은 한 달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기아의 부진 원인이 극심한 투타 불균형에서 코칭스태프의 작전ㆍ전략 부재로 옮겨간 것이다. “후반기 초반 10경기에 승부를 걸겠다”며 위기를 타개하려 했던 유 전 감독은 결국 기아가 후반기 6경기에서 2승4패로 부진을 거듭하자 결심을 굳혔다. 시즌 2승13패로 절대 약세를 보인 삼성과의 대구 3연전에서의 초반 2연패가 결정타가 됐다.
위기의 기아를 구하러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된 서정환 감독대행은 1982년부터 1989년까지 7년간 해태 내야수로 활약한 뒤 1998년 삼성 감독을 맡아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 시켰다. 서 대행은 “무너진 불펜을 되살리고 선수들 사이에 팽배한 패배주의를 없애는 게 가장 급선무다. 아직 시즌을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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