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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용의자로 오인돼 사살된 메네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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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용의자로 오인돼 사살된 메네세스

입력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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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에 의해 테러 용의자로 오인돼 무참히 사살된 브라질 청년 진 찰스 데 메네제스(27)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 그리고 사살될 때까지의 고단한 삶이 드러났다.

26일 BBC 등에 따르면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800㎞ 떨어진 탄광에서 빈농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장애인이었고 아버지가 죽도록 일만 했지만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15살 때 학업을 중단하고 18살에 광부가 됐다. 그러던 그가 어렵사리 전기 기술을 익힌 뒤 2001년 영국에 돈벌이를 오면서 희망이 생겼다.

메네제스는 3년 동안 런던 빈민가에 살며 건설현장에서 전기공으로 일했다. 사살되던 22일 오전9시 30분에도 여느 때처럼 일터로 가던 길이었다. 사복 경찰들은 그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따라붙었다. 전날 런던 2차 테러의 범인이 남긴 서류에서 그가 사는 연립주택 주소가 나왔기 때문이다.

메네제스는 지하철역으로 가는 2번 버스에 올랐다. 경찰은 순간 버스 폭탄 테러를 벌일까 잔뜩 긴장했다. 메네제스가 스톡웰 지하철 역에서 내리는 순간 상황은 긴박해졌다. 사복 경찰들이 서로 교신 끝에 “외투 안에 폭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체포에 실패하면 반드시 사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메네제스는 여전히 영문도 모른 채 오전 9시 56분께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멈춰”라고 큰 소리로 명령하자, 막무가내로 불응하고 뛰기 시작했다. 검표대를 뛰어 넘어 막 플랫폼에 들어온 지하철 객차 안으로 뛰어 들었다. 뒤쫓던 사복 경찰들은 객차 안에서 그를 바닥에 넘어뜨려 제압했다. 메네제스는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었지만, 경찰은 머리 뒤쪽에 권총 5발을 발사했다.

왜 달아났느냐는 의문에 대해 친구들은 그가 지하철역 앞에서 강도에게 붙잡혀 가진 돈을 털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복 경찰을 강도로 오인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경찰은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으나 유족들은 “무고한 죽음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며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그의 한 친구는 “메네세스는 암 투병 중인 아버지 병 간호를 위해 최근 8달 동안 브라질에 다녀왔다”며 “영국에 돌아온 뒤에도 매달 꼬박꼬박 아버지 치료비를 보냈고 늘 아버지 병원비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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