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단독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그룹간에 제휴설이 모락모락 피어 나오고 있다.
두 그룹 총수들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이들 그룹의 주력사업인 통신과 화학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수면위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재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
25일 LG와 SK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과 최 회장은 20일 최 회장의 제의로 서울 시내 모 식당에서 만나 재계 현안 등에 의견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LG와 SK측은 “최 회장이 재계 선배인 구 회장에게 인사도 드릴 겸 저녁 한번 대접한 자리로 각 그룹의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계 서열 3, 4위 총수가 단독으로 만난데다, 두 그룹이 정보통신 등에서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요한 사업협력 방안이 오고 가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통신분야 제휴. 유ㆍ무선통합이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LG는 무선통신의 실적 저조, SK는 유선통신의 공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두 그룹간 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는 이동통신시장이 가입자 3,800만명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멀티미디어 인터넷 서비스 등 콘텐츠를 이용한 서비스 확대가 가능한 유선사업이 절실한 입장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이 LG와 제휴를 맺어 LG계열의 유선통신 사업자인 데이콤 혹은 파워콤의 시내전화와 초고속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LG텔레콤 가입자가 600만명에 불과한 LG입장에서도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무선통신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양측이 협력할 경우 KT와 KTF의 유ㆍ무선 공조 체제에 강력히 맞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와 함께 화학분야에서도 LG화학은 2차 전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SKC도 2차 전지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소재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방안이 모색됐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유망한 신사업에서 자본과 기술을 공유하거나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하지만 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선임된 최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소버린자산운용이 최근 SK㈜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을 계기로 행동 반경을 넓히는 차원에서 구 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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