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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전쟁 먹고 자라는 美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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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전쟁 먹고 자라는 美기업

입력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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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당시 전쟁의 참상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반전 슬로건으로 “전쟁은 수지 맞는 사업이다. 당신의 아들들을 그 사업에 기꺼이 투자하라!”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그런데 당시에 역설적으로 사용되던 이 슬로건이 지금은 지식인들과 고위급 관료들의 말을 통해 정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전쟁이 정말로 수지 맞는 사업이라고 이들은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1999년에 출판한 책을 보면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이 어떤 사업적 효과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철권’이 존재 하지 않는 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는 “햄버거 체인점 맥도널드는 미국 공군 전투기 F-15 설계자 없이는 번창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들이 번창할 수 있도록 세상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보이지 않는 ‘철권’은 다름 아닌 미국의 육ㆍ해ㆍ공군, 그리고 해병대다”라고 진단했다.

2003년 9월 12일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콜린 파월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주요 자본 투자가들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했다.

“미국과 주요 우방들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뿐 아니라 정치적 자본 및 금융 자원을 투자하면서 오늘의 주둔 군대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이라크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의 ‘진의’를 입증이라도 하듯 얼마전 뉴욕타임스는 파월이 클라이너 퍼킨스& 바이어즈 라는 한 벤처회사의 파트너가 된다고 전했다.

벤처 자본주의의 ‘사업적 전망’이 이라크전 처리의 주요 인자로서 적용돼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자들은 자본주의적 이익추구가 참전의 주요 동기 중 하나였다는 지적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말이다.

필자는 작년에, 국방성과 계약을 맺은 미 기업들이 발행한 연례 보고서를 접한 적이 있었다. 보고서는 사실상 상당수 미국 기업들이 미국이라는 ‘교전 국가’의 존재에 사업적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얼마나 크게 의존하는가를 자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군의 첨단 장비들을 생산해 온 오빗 인터내셔널이라는 소규모 회사가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는 “수입원은 미 행정부의 국방비 지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국방비 삭감이 단행된다면 판매와 수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고 적혀있다.

엔지니어드 서포트 시스템이란 회사는 순수입만 1999년~2003년 네 배 증가했다. 2003년 순수입만 5억7,2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제리 포트호프 사장은 “미군은 130여 국가에 배치돼 있으며, 이것은 우리 회사의 제품과 인력이 해외 130개 국가에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 존재하는 한 우리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는 미군의 임무 완수를 계속 도울 것이다” 라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노드랍 그루만이란 회사는 임원은 수입이 2003년 260억 달러에 달했다며 다음과 같이 거들먹 거린다. “포트폴리오라는 관점에서 봤을때 우리는 미국의 국방과 치안이라는 가장 ‘달콤’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전쟁이란 단어는 그들에게 더 이상 공포를 자아내지 않는, 아니 오히려 달콤한 매력을 자아내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노만 솔로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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