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위기를 맞은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5일 “필리핀 정치의 혁신을 위해 미국식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상ㆍ하원 합동 회의에서 가진 국정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개헌을 위한 대논쟁을 시작하는 한편 경제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로요 대통령의 이 같은 방침은 ‘개헌관리 정부’라는 명목으로 정권 연명을 꾀하는 한편,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등 내각제 선호세력의 지지를 얻어 야당의 퇴진요구를 희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날 야당 의원 27명은 아로요 대통령의 선거 부정 의혹과 관련, 의회에 탄핵 안을 제출했다.
의원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정의와 법의 지배를 위배함으로써 필리핀 국민에게 용서 받을 수 없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서 그 근거로 선거 부정과 부패등 10가지 혐의를 제시했다.
탄핵안 발의를 위해서는 향후 60일간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뒤 하원의원 전체의 3분의 1이상이 이를 찬성해야 한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된 뒤 상원에서 3분의 2의 찬성을 얻게 될 경우 대통령직은 상실된다. 25일 현재 하원의원 236명중 42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핵안을 제출한 야당 의원들은 만약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 아로요 의원들이 탄핵 안을 부결시키거나 폐기할 경우 정치적 소요사태가 일어날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의원인 로렉스 수플리코는 “탄핵안이 의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다면 우리는 탄핵안을 철회할 것”이라며 “결국 ‘피플파워’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선택만이 남을 뿐”이라고 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