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은호 사회부 차장ㆍleeeunho@hk.co.kr
이재용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취임하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첫 환경부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환경정책을 만들어갈 것인지 알고 싶어 2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장관실로 찾아갔다. 노타이 차림으로 기자를 맞은 그는 웃는 얼굴로, 그러나 단호한 어투로 정부 각 부처들의 무신경한 개발정책을 성토했다. 그리고 “개발사업을 입안할 때부터 환경부가 소외되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_취임사를 통해 환경과 경제를 통합한 선진환경정책을 펴겠다고 밝히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자연조건이나 조망권이 뛰어난 곳이 땅값도 올라가는 현상을 자주 봅니다. 과거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환경이 곧 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동안의 개발위주 정책 때문에 역으로 환경을 강조하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개발과 환경이 대립하는 것처럼 인식됐습니다만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개발부처들은 이런 인식에서 국민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더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 생각 없이 마구 개발합니다.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무척 중요한 개발계획을 입안하면서 환경부는 쏙 빼놓는다는 점입니다. 환경부는 신문을 보고 그런 계획이 있는 것을 알게 될 정도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개발이 필요한 것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환경부와 미리 얘기하면 마구잡이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사업은 적정 소요면적으로 한정할 작정합니다. 보전이 필요한 지역은 절대보전하는 동시에 개발은 환경이 훼손된 지역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 중입니다. 올해 안에 국토환경성평가지도를 제작해 해당 지역이 개발해야 하는 곳인지, 보전해야 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 하겠습니다.”
_올해 초 미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발표한 국가환경지속성평가(ESI)에서 우리나라는 평가 대상국 146개국 중 122위였는데요.
“ESI는 환경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ㆍ경제분야까지를 포함해 한 국가의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역량을 평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136위에서 14단계 상승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입니다. 점수가 나쁜 이유는 대기 수질 등 국내 환경상태가 나쁜 점도 있으나 에너지 구조가 친환경적이지 못한 점 등도 있습니다. 대기 수질이라면 환경부의 업무지만 에너지 같은 분야는 타 부처가 맡고 있어요.
그래서 지난해 관련 10개 부처가 공동으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ESI 점수를 높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100위권 이내로 진입하고, 201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영국 이탈리아와 같은 60~70위권에 들어가게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공무원과 민간분야 모두 의식의 대변혁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에도 계속 신경을 쓸 것입니다.”
_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로 한강의 오염총량관리제 시행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또 수도권 대기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오염총량관리제는 하천의 목표수질을 정하고 이를 달성ㆍ유지하기 위해 해당 유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배출총량을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삭감하면 그 양 만큼 지역개발에 사용할 수 있어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개발이 가능한 정책 수단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지금처럼 수질기준만 적용하게 되면 계속 늘어나는 오염원 때문에 한강수질 개선은 힘듭니다. 2005년까지 팔당호 수질을 1등급(1ppm 이하)으로 개선하기 위해 1998년부터 정부가 9조원의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습니다.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97년 1.5ppm에서 2003년과 2004년 1.3ppm으로 소폭 개선되는데 그쳤습니다.
그래서 오염총량관리제를 도입하려는 것인데 지자체가 도입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이를 임의제(시장과 군수가 필요할 경우 시행)가 아닌 의무제로 하자는 환경부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책임지고 지역주민과 지자체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한강 수질 못 지 않게 부끄러운 것이 수도권의 공기 수준입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런던의 3.5배, 이산화질소 농도는 파리의 1.7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주요도시 중 최하위권입니다.
환경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3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이에 근거해 환경부는 2014년까지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오염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입니다. 신차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저공해 자동차 보급을 추진하겠습니다. 운행 중인 경유 자동차에 대?배출허용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기준에 미달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저공해 엔진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여기에 앞으로 10년간 7조3,000억원이 들어가는데 계획대로만 되면 서울시민 여러분들이 맑은 날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_새만금 간척지의 용도 논란과 판교신도시에 대한 난개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환경부가 너무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새만금은 환경부가 주관부서가 아니라서 좀 그렇습니다. 정부 몇 개 부처들이 의뢰한 새만금 간척지 토지이용방안 연구 용역이 내년 6월께 종료되기 때문에 그때 환경부의 입장을 얘기할 생각입니다. 갯벌과 환경도 최대한 지키면서 국가 및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조언하려고 합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판교신도시의 경우 환경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당초 1ha64명 기준으로 개발키로 했는데 갑자기 건설교통부가 96명으로 하겠다고 방침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86.4명으로 축소하게 했고 건교부가 올 5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시 고밀도로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이것은 반드시 막겠습니다.”
_경기부양을 위해 골프장을 대폭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경제부처는 해외 골프여행으로 인한 외화유출을 막고 건설부문 등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골프장 건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이 많아요. 담당부처에서 협의를 요구해 올 경우 협의체를 구성, 타당성 여부 등을 검토할 것입니다.”
_군부대 골프장과 주한미군부대가 환경행정의 사각지대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군부대 골프장이라고 해서 환경관리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됩니다. 골프장에 대한 농약사용량 및 오염도 관리에 관한 사항은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법률은 일반골프장의 경우 시ㆍ도에서 조사, 환경부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군부대 골프장은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군 골프장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 골프장과 동일하게 시ㆍ도에서 관리가 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할 것을 관계부처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기지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환경오염사고 발생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주둔군지위협정(SOFA) 부속합의서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사고가 나면 주한미군과 공동으로 조사ㆍ응급조치ㆍ복구 등을 하고 있습니다.”
_장관께서 취임하자 야권은 ‘총선 낙선자 배려’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했습니다. 어떤 느낌이셨나요.
“낙하산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낙하산을 탔다면 연착륙 하겠습니다(웃음). 대통령께서 저의 갈등관리 능력을 인정해 임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서 추천해 입각한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정치하려고 입각했다는 소문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치’는 조금 압니다. 치과의사니까(웃음). 지금은 전국적으로 개발욕구가 동시에 표출돼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거기에만 매달려 정진할 생각입니다.
정리=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약력
▦1954년 경북 상주생 ▦73년 경북고 졸 ▦81년 서울대 치대 졸업 ▦81~89 년 극단 ‘처용’ 대표 ▦88∼90년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회장(초대) ▦91∼95년 대구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초대) ▦91∼95 년 페놀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95∼2002년 대구시 남구청장(무소속ㆍ초선 및 재선) ▦2000∼2002년 전국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 부회장 ▦2002년∼현재 전국연극인협의회 회장 ▦2003년∼현재 녹색환경운동연합 상임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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