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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다시 재벌이 회자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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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다시 재벌이 회자되는 이유

입력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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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벌 문제가 연일 주요 뉴스거리로 보도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공정거래법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치열한 법적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첩보영화도 아닌 현실에서 ‘X파일’이란 이름의 불법 정치자금 관련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두산그룹에서는 ‘형제의 난’이 진행되고 있다.

솔직히 국민들은 참담할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짧지 않은 세월동안 재벌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건만, 재벌체제의 핵심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은 사업적 위험이 아니라 총수 일가와 관련된 법률적 위험임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재벌개혁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를 그대로 남겨두고는 한국경제의 미래도, 재벌기업의 미래도, 심지어 총수일가의 미래도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명히 할 것은, 재벌개혁 주장이 일부 재벌의 ‘놀라운 성과’를 시기하는 반(反)시장적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업은 경기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선수이어야 한다.

-엄정성 상실한 法집행

그러나 거대 재벌은 이미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경기규칙을 바꿀 수 있는, 즉 경제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변모하였다.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조직적 탄력성은 물론 국민경제의 동태적 활력마저 질식 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왜 지난 7년간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재벌 문제의 본질에는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했는가,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야 할 핵심적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다음 세 가지다.

첫째, 법 집행의 엄정성을 확립해야 한다. 재벌 문제의 상당 부분은 현행 법률로도 제재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기구와 사법기구가 유독 재벌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법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최근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슬로건은 ‘상생과 협력’이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정책은 재벌들에게 외생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비에 의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는 내생 변수로 전락하였다. 규칙을 지키는 건 바보로 취급되기에 이르렀다. 이래선 협력이 될 리가 없다. 협력은 규칙위반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전제해야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기업집단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의 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주로 개별법인, 특히 개별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다수 재벌들이 그러하듯, 비상장 가족회사와 비상장 금융 보험사를 지배구조의 핵심고리로 하는 상황에서는 기왕의 조치들은 사실 별 효과가 없다. 재벌은 수십 개의 계열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업 집단이다.

모든 선진국들은 비록 접근 방식은 다를지라도, 기업집단의 문제를 다루는 효과적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것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기업집단의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바로 산업과 금융의 분리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산업과 금융을 분리해야

셋째, 재벌이 선동하는 ‘사이비 민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민족주의 정서는 한국 사회가 가진 역동성의 가장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재벌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민족주의를 교묘히 왜곡하고 있다. 재벌 문제로 인한 국내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다.

외국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사이비 민족주의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냉정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ㆍ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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