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때문에 생후 20일만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경찰의 DNA 추적 끝에 7년 만에 부모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A(7)군은 1998년 4월 초 태어난 지 20일만에 서울 중구 신당동 주택가에 버려졌다. A군을 내다버린 것은 친할머니였다. A군의 할머니는 “며느리가 장애아를 낳자 생활도 어려운데 돌볼 일이 막막해 몰래 버렸다”고 뒤늦게 털어놓았다.
A군의 할머니는 2년4개월이 지난 2000년에야 “슈퍼마켓에 다녀왔더니 집에 있던 손자가 사라졌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를 했다. 이웃집 아이의 사진까지 챙겨줬다. 범행이 들통날까 봐 걱정하던 차에 미아신고를 해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하지만 올 3월 A군의 취학통지서가 나오자 A군의 가족은 아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한번 미아신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의 부모는 지난해부터 경찰이 시행 중이던 ‘유전자활용 미아 찾기’ 사업에 따라 DNA를 추출했다.
다행히 아이는 버려질 당시 주민신고로 발견돼 지금까지 한 장애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경찰은 아이를 찾을 의지가 없는 A군의 가족을 추궁해 “몰래 버렸다”는 자백을 받아냈고 추적 끝에 무연고 아이를 상대로 채취한 A군의 DNA와 부모의 DNA가 두 번의 실험 결과 일치하면서 A군은 7년 만에 부모를 찾았다.
가족들은 뒤늦게 A군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장애시설측은 A군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극빈층 가정인데다 부모가 지난달 이혼했고 할머니마저 알코올중독이기 때문. A군의 할머니는 “보고싶지만 지금도 키울 형편이 못되니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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