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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대관령에 올라가 잠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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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대관령에 올라가 잠자기

입력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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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기는 더운가 보다. 모두 여름 휴가 얘기다. 서울 사람들이 휴가지 1번으로 꼽는 강릉의 내 친구들은 요즘 저녁 시간 집으로 전화를 하면 통 받지 않는다. 다시 휴대폰으로 걸면 모두 대관령에 올라와 있다고 말한다.

몇 년 전 대관령에 직선 코스의 새 길이 뚫린 다음 예전 아흔 아홉 굽이 길로는 자동차가 잘 다니지 않는다. 하루 수천대의 자동차가 쉬었다 가던 대관령 꼭대기의 옛 휴게소 역시 휴게소로서의 기능을 멈추었다.

대신 그곳에 여름 저녁마다 강릉 사람들이 올라와 진을 친다. 아침에 회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퇴근한 다음 온 가족이 천막과 돗자리와 먹을 것을 싸 들고 해발 800미터의 고원으로 올라가 그 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내 친구 말로는 그런 자신의 요즘 생활이 러시아의 다차와 같은 별장 생활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헤미안의 집시 생활도 아니고, 천막을 쳤으나 몽고의 유목 생활도 아니며, 중국 고사에 나오는 동가식 서가숙도 아닌 강릉만의 새로운 여름 풍속도로 낮에는 회사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산에 올라가 잠자는 ‘주사근 야산숙’ 생활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이 못된 녀석이 말로까지 사람 약을 올린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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