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특별9부(김진권 부장판사)는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역한 후 출소한 박창희(73)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재범 우려가 없는데도 보안관찰 기간을 연장한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보안관찰 처분을 받은 자는 주거지를 이전하거나 해외 또는 10일 이상 여행할 때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며, 검사 등은 피보안관찰자에게 재범 방지를 위한 별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재판부는 “보안관찰은 과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래에 다시 범죄를 일으킬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씨가 과거 범행을 부인하고 사전에 출국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는 1990년 8월 북한 대남공작원에게 포섭돼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96년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은 뒤 98년 3월 형집행정지로 출소했다. 출소 후 줄곧 보안관찰을 받아 오던 박씨는 지난해 6월 법무부가 “과거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해외 출장이 잦아 북한 인사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보안관찰 기간을 2년 더 연장하자 소송을 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