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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기 'Point of View(시점 놀이)'展 28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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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기 'Point of View(시점 놀이)'展 28일부터

입력
200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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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테이블 위에 과일들이 놓여있다. 온통 하얗게 채색된 것이 기이할 뿐 사과는 탐스럽게 둥글다. 또 커피잔은 손으로 감싸쥐면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것 같다.

그렇거니 걸음을 옮기는데 어라, 테이블과 과일들이 순식간에 제 모습을 잃더니 쏟아져 내릴 듯 위태롭다. 가까이 다가서 본다. 정상적인 부피감을 상실한 채 납작하게 압축되고 변형된 사물들은 흡사 부조된 조각을 뜯어낸 것 같다. 조금 전까지 본 것은 실재가 아닌 우리의 선입견에 기초한 착시였던가.

김종영미술관에서 28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Point of View(시점 놀이)’를 연 조각가 박선기씨는 “사물을 좀 더 특별하게, 새롭게 보기위한 전시”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본다는 건 늘 하나의 시점을 전제하잖아요, 서양의 원근법이든 동양의 부감법이든. 그런데 단 하나의 시점은 사실이나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지요. 보는 각도나 방식에 따라 실재라고 믿는 것이 사실은 허구일 수 있다는, 선입견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작업은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 본 정물을 스케치한 뒤, 두세 개의 시점을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한 상태에서 MDF를 이어 붙여 정교하게 깎고 다듬고 색을 입히는 형태로 진행됐다. 한 두개를 제외하고 모든 작품을 하얗게 칠 한 것은 “질감이나 색상을 없앰으로써 (관객이) 형태에 몰입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시점에 대한 관심은 박씨가 벌써 7,8년째 매달려 온 소재다. 홍익대 조각과를 졸업하고 밀라노 국립미술원에 유학, 부조 공부를 한 박씨는 보는 시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간단한 큐브 형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계속 아이디어를 확장해 왔다. “시각의 재미를 한껏 느끼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으로 박씨 스스로는 이 작품들을 ‘반부조적 입체’라고 부른다.

전시는 과일이 있는 식탁이나 책꽂이, 축음기, 책위에 놓인 의자, 카메라 등 일상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대상들을 다룬다. 높이 50cm 정도부터 2m에 이르는 거대한 의자, 가로 폭이 3m에 달하는 트럼펫 등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시각적 효과를 음미할 수 있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스틸로폼으로 모양을 잡고 석고로 겉을 바른 다음 투명 와이어로 매달아 하늘에서 막 부서져 내리는 거대한 다리를 형상화한 작품은 바닥부터 미술관 천장에 이르는 높이 만큼이나 보는 시점에 따라 ‘천국으로 가는 계단’일 수도, ‘엄청난 붕괴의 현장’일수도 있는 독특한 접근법이 눈길을 끈다.

한 작품 안에 두세 개의 시점이 공존하다 보니 한 지점에서는 완벽한 입체로 보이는 것이 시점이 살짝 비껴가면 빈 상자처럼 찌그러진다. ‘원근법적으로 보기’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좀 불편한 경험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관객은 그것이 결국은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 몸을 작품의 한가운데, 원근법적으로 사물이 온전하게 보이는 지점에 가져가려고 노력한다.

이 미술관 최태만 학예연구실장이 “작품 자체는 매우 견고하다“며 “다만 우리의 눈이 정박하지 못하고 심리적 주기 운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작가 특유의 강점이자 매력”이라고 평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번 전시는 조각 전문 미술관인 김종영미술관이 매년 주목할 만한 작가 2인을 초청해 실시하는 ‘올해의 작가’ 초대전의 하나다. 밀라노와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박씨는 2003년 10월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숯을 이용한 서정적인 설치 작업전을 열어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9월 25일까지. (02)3217-6484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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