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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악기' 만든 해남 서초교 유연실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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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악기' 만든 해남 서초교 유연실 교사

입력
200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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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청자(靑瓷)가 한국적 소리를 담아내는 악기로 다시 태어났다.

전남 해남 서초등학교 바이올린 특기적성 교사인 유연실(43)씨는 최근 전남 강진군이 주최한 청자공모전에 단소, 당적 등 청자악기 4점을 출품해 특선에 뽑혔다. “청자의 영역을 전통 악기로까지 확대했다”는 게 심사평이었다.

청자 악기에 대한 그의 도전은 2003년 12월 시작됐다. “대나무 악기는 관안의 미세한 구멍들이 소리를 걸러내는 데, 흙으로 전통 관악기를 만들면 어떤 소리를 낼까 궁금했어요. 또 학생들이 국악기를 쉽고 재미있게 불게 하고 싶었어요.”

도예에 문외한이었던 그는 석고 틀 만드는 법부터 배웠다. 단소 모양의 틀에 조심스레 황토 갠 물을 부어 가며 응고시킨 뒤 가마에서 구워냈다. 하지만 가마에서 나온 악기는 모양이 비뚤어지거나 구멍이 터지기 일쑤였고 온전한 모양이 나오더라도 음이 틀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흙은 열을 받으면 축소돼 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였다.

1년 넘게 시행착오를 거치고 난 지난 2월 마침내‘소리’와 ‘모양’을 함께 완성했다. 흙으로 만든 대표적인 악기로는 오카리나가 유명하지만 초벌구이만 하는 반면 청자 관악기는 모양이 길고 가늘어 재벌구이까지 해야 한다. 또 초벌구이 전후에 미세하게 음을 재조정하는 작업도 수없이 되풀이하기 때문에 오카리나에 비해 소리가 더 맑고 정교하다는 평이다.

도예 전문가들조차 불가능하다고 한 작업을 마무리한 데는 남편(47)과 강광묵 강진성화대학 도예학과 교수의 격려와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강 교수는 “정확한 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끈질긴 집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특허신청까지 해놓은 이 악기는 국악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정통악기 연주자들의 시험 연주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유씨는 “앞으로 흙으로 만든 타악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무엇보다 내가 만든 곡을 내가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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