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영국 런던 지하철 내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를 향해 발사된 5발의 근접 총격으로 무참히 사살된 용의자가 최근 2차례 일어난 런던 연쇄 폭탄테러와 상관없는 무고한 브라질 청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단체와 이슬람권은 즉각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등 경찰의 ‘사살지침’(Shoot to kill- Policy)’을 둘러싼 과잉여부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도 자국민의 어이없는 희생에 철저한 해명을 요구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영국 경찰은 23일 “그는 런던 테러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서 목숨을 잃은 것은 비극이며 유감스럽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사살지침에 따라 처음으로 런던 남부 스톡웰 지하철역 안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실수를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이에 불구, 인권단체는 브라질 청년의 오판 사살에 대해 즉각 비난성명을 내고 철저 수사를 촉구했다. 이슬람인권위원회도 영국의 반(反) 이슬람 분위기에선 또 다른 무고한 시민이 사살지침에 의해 희생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브라질 외교부도 ‘충격적이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는 명백히 유감스러운 실수에 의한 희생자”라며 “영국 정부가 비극을 초래한 경위에 대해 자세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영국은 일단 ‘경찰 고충처리 독립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22일 오전 10시께 스톡웰역에서 10여 명의 사복 경찰관들이 사살한 진 찰스 데 메네세스(27)는 3년 전부터 런던에서 전기공으로 일해온 합법적 브라질 이민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곤자라 시(市) 출신인 그는 마리아 알베스 등 3명의 사촌과 함께 런던 남부 브릭스턴에서 살고 있었다.
한편 경찰은 22일 런던 남부 스톡웰 지역에서 2명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에는 런던 북서부 공원지역인 리틀 웜우드 스크럽스의 관목 사이에서 폭발물 장치를 담은 짐꾸러미를 발견해 정밀 조사중이다.
일간 가디언지의 일요판 옵서버는 7ㆍ7 런던 연쇄 폭탄 테러 용의자인 모하메드 사디크 칸(30), 세흐자드 탄위르(22)가 2차 연쇄 폭탄 테러 용의자 중 일부와 함께 테러 직전 래프팅을 즐겼다며 두 테러가 공동 계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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