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는 한-남미 과학기술협력 심포지엄 참석차 브라질에 다녀왔다. 브라질은 삼바와 축구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석유, 석탄, 철광석 등의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한 나라이다.
삼바나 축구보다도 이번 브라질 여정에서 인상에 남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계 제 1의 강, 아마존을 눈 앞에 맞닥뜨렸을 때의 감동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페루 안데스 산맥에서 발원한 황토빛 솔레몬에스강, 시커먼 물빛의 네그로강 등 수 많은 지류와 합류하며 장장 7,000여㎞를 달려온 아마존강.
세계의 허파 ‘아마존’ 여행의 출발지로 유명한 마나우스에서 강은 또다시 물빛을 바꾸며 도도히 대서양으로 흘러 든다. 최대 강 폭 32km, 총 유역면적 705만㎢, 전 세계 담수량의 20%가 넘는 규모 등에서 가히 세계 제일이라 불릴 만 하다.
반면, 요르단강에 관한 짤막한 뉴스 하나. 예수가 세례를 받은 곳으로 유명한 그 요르단강이 요즘 수량 감소와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물 부족 국가' 한국
물이 넘치는 강과 메말라 가는 강을 보며 우리는 물에 관한 양 극단을 발견한다. 요르단강은 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1960년대에 13억 톤에 달하던 수량이 최근에는 1억 톤으로 90% 이상 감소하였다고 한다.
물 부족 현상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유엔(UN) 산하 ‘인구행동단체(PAI)’는 ‘지속적인 물: 인구와 재생성 가능한 물 공급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24억~32억 명의 인구가 물 기근 및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찍이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두 개의 노벨상, 즉 노벨 평화상과 노벨 과학상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로 치수(治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나일강을 둘러싼 이집트-수단-우간다의 분쟁, 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싼 터키-시리아-이라크의 분쟁, 메콩강을 둘러싼 중국-미얀마-태국의 분쟁, 다뉴브강을 둘러싼 슬로바키아-헝가리의 분쟁 등 물 부족 문제는 국제 정세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 3차 세계대전은 물 때문에 발발할 것이라는 농담을 더 이상 농담으로 받아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1,283㎜로 세계 평균에 비해 1.3배 정도 높은 편이나, 인구밀도가 높아 1인 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불과하다. 2011년에 이르면 약 18억 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집트, 폴란드 등 7개국과 함께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 국가군’에 포함되어 있다.
다행히 정부는 수자원 확보기술 개발을 통해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여 이미 1단계 성과로 약 6억 톤의 물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니 반가운 일이다. 다만, 물은 공공재적 특성이 있으므로 개발 기술의 실용화 단계까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수자원 관리체계 만전을
특히, 물에 대한 관리체계의 통합은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절실한 부분이다. 이원화된 물 관리 조직의 비효율성 제거, 법ㆍ제도의 체계성 및 일관성 확보, 지표수 및 지하수의 종합 관리, 물 확보기술의 개발 및 적용 등을 일관성 있고 종합적으로 이끌어나갈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아마존강이 흐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루한 장마가 끝난 듯 하다. 물이 지천일 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 한 방울도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혹여 예보보다 일주일이나 일찍 끝난 장마 덕에 올 여름 물이 부족한 동네가 있지는 않을지 모를 일이다. ‘자연은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활철학이 생각난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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