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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위안부 방송 내용 수정/ "당시 회장이 직접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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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위안부 방송 내용 수정/ "당시 회장이 직접 압력"

입력
2005.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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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일본군 군대위안부 관련 특집 프로그램의 내용을 수정한 사건과 관련,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 당시 NHK 회장이 제작진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관계자 진술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2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NHK측은 최근 도쿄(東京) 고등법원에 당시 관계자 5명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 재판은 프로그램 제작에 협력했던 시민단체 ‘전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 일본 네트워크’가 “정치가의 압력에 의해 프로그램이 수정됐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이다.

관계자들은 진술서에서 에비사와 전 회장이 프로그램 방송 당일(2001년 1월 30일) 저녁 제작국장을 불러 “프로그램 방영과 관련해 내외에서 소란스러운 것 같다”며 “이런 문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제작국장은 회장과의 면담 내용을 즉시 방송총국장에 전달한 후 방송 내용에 대해 상의한 결과, 구 일본군과 군군위안부의 증언 장면 등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당시 방송 전부터 우익단체가 NHK에 항의하는 소동 등이 일어났다고도 설명했다.

이들은 또 NHK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매년 1~2월, 450여명의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협조를 구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문제의 프로그램 방영 하루전인 2001년 1월 29일에도 제작국장과 방송총국장이 이 프로그램 내용에 비판적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월 ‘집권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2001년 군대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 제작진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해 프로그램을 수정시켰다’고 보도해 파장을 일으킨 이 사건은 ‘정치인 압력’부분을 놓고 아직도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아베 간사장 대리와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성 장관이 4년 전 NHK 간부들을 국회로 불러들여 “일방적으로 방송하지 말라”,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만들라”며 압력을 가해 프로그램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였다.

집권 자민당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당내에 ‘아사히신문 문제 보도에 관한 조사팀’을 결성했으며, 지난 19일에는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아사히 신문 취재 기자와 사회부장, 지식인들이 참가하는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측도 최근까지 아베와 나카가와에게 재취재에 응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두 사람은 아사히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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