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넘는 해고 기간도 산 넘어 산이었지만 대법원 선고를 기다린 지난 3년 5개월은 절벽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승소든 패소든 결정이라도 빨리 해달라”며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온 울산 현대미포조선 해고자 김석진(44ㆍ사진)씨가 22일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았다. 2000년 12월 처음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8개월 만이다.
김씨가 애를 태운 것은 대법원이 김씨 사건을 받아들고도 3년 넘게 판결을 미뤄왔기 때문. 대법원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날도 별다른 설명 없이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문만 내놓았다.
노조 간부로 활동하던 김씨는 1997년 “휴일근무가 편중됐다”고 항의하다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해고됐다. 수년간 회사를 상대로 복직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자 김씨는 소송을 냈다. 1심(2000년 12월)과 2심(2002년 2월) 모두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측은 상고했고 대법원에서 사건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백방으로 탄원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심리가 진행 중이니 기다려라”였다. 김씨는 “사건 주심을 맡은 대법관이 회사 측 변호인과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재판 지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김씨 가정은 숱한 고생을 겪었다. 생활고 속에 7,000만원 가까운 빚을 졌고 아들의 해고로 쓰러진 노모는 3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다 2년 전 숨졌다.
김씨는 판결 이후 “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27조3항)와 ‘상고심은 5개월 안에 선고하라’는 민사소송법 규정을 제발 지켜달라”고 말했다. 국가배상과 대법원장의 공개사과도 요구할 계획이다. “해고무효소송 같은 민생사건의 신속 판결을 위해서라도 노동법원이 빨리 생겨야 한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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