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테러공격을 받은 런던은 침착한 대응으로 세계의 격찬을 받았다. 그러나 21일 다시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자 시민들은 자괴감과 공포에 휩싸였다.
이제 국제테러 조직의 표적은 미국이 아닌 영국이 된 것처럼 보였다. 더욱이 이날 낮 런던 시내 지하철역 3곳과 2층 버스 1대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는 7ㆍ7 런던 연쇄 폭탄 테러가 닮음 꼴이었다.
워런 스트리트, 쉐퍼드스 부시, 오벌 등 지하철역 3곳에서 낮 12시30분께 먼저 폭발이 발생하고 한시간 쯤 뒤 대영박물관 부근 해크니가에서 26번 2층버스에서 폭발이 일어나 버스 유리창이 전부 파손됐다.
워런 스트리트 역에서 사고로 1명이 부상했으나, 런던 경찰은 “모두 4곳에서 작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며 “56명이 사망한 7ㆍ7 테러에 비하면 소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는 등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런던 동부 학교를 방문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이번 사건은 국민들을 겁주려는 것”이라고 밝힌 뒤 “런던은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시민들에게도 침착하게 대응할 것을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에서는 기폭장치나 폭발물로 보이는 상자를 등에 메고 웃옷으로 가린 채 관저 방향으로 가려던 아시아계 혹은 중동 출신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무장경찰에 의해 폭발물이 해제된 뒤 현장에서 연행됐다. 이 장면은 BBC와 CNN 방송들을 통해 생중계됐다.
사고 발생 직후 지하철 역에서는 승객들이 긴급 대피했고, 경찰과 소방차 구급차 등 구조대가 출동하면서 주변 교통이 전면 차단됐다. 경찰은 해머스미스 앤 시티, 빅토리아, 노던 등 런던 도심의 지하철 5개 노선 운행을 중단시켰다.
중무장한 경찰들이 폭발이 일어난 지하철 역으로부터 반경 500m를 봉쇄하고, 탐지견을 동원해 또다른 폭발물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작업을 펼쳤다.
오벌 역에서 대피한 목격자는 “운행 중이던 열차에서 폭발 소리가 들린 뒤 열차가 역에 정차하자마자 한 남자가 급히 내려 도주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매캐한 연기가 발생하면서 열차 내 승객들이 두려워하며 서로를 밀쳤다”고 전했다.
워런 역에서도 열차 안에서 타는 냄새가 난 뒤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비상벨이 울렸다. 쉐퍼드스 부시 역에서는 배낭을 멘 남자 한 명이 자살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위협한 뒤 도주했다.
워런 역 인근 유니버시티 컬리지 병원에서는 의료진 사이에서 윗옷으로 철사가 튀어나온 아시아계 남성을 찾는다는 메모가 돌았다고 스타TV는 전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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