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의학자 빌헬름 라이히(1897~1957)가 ‘오르가즘의 기능’(윤수종 옮김ㆍ그린비 발행)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 ‘오르가즘’은 단순히 성적 흥분의 절정이 아니라 ‘아무런 장애 없이 생체 에너지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길 줄 아는 능력’이다.
라이히에 따르면 이 능력을 상실할 때 사람은 신경증적 성격을 갖게 되고, 그 성격은 심리적 전염병을 가져온다. 문화, 문명, 도덕의 이름으로 갖가지 것들을 금지하는 사회는 늘 그 사회의 구성원들을 신경증적으로 만들며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파시즘이다. 사람을 오르가즘의 능력을 상실한 자동 인형으로 재생산해내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 억압적인 사회가 질서를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가장 본질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주의 보편적 에너지인 ‘오르곤 에너지’를 발견했다며 그 치유력을 이용하는 연구에 평생을 바친 문제적 인간이다. 비합리적인 행태를 합리적으로 해석해 내려는 매우 참신한 노력을, 또는 극단까지 밀고간 정신분석학적 분석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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