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청계천에 나가보았다. 중랑천에서 거슬러 올라온 잉어가 신문과 방송에 나온 다음이었다. 원래 자갈과 모래는 큰물이 날 때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고기는 큰물을 타고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온다.
다시 단장한 냇물 바닥을 시원스럽게 흐르는 물도 보기 좋았지만 천변에 새로 심은 꽃나무들도 보기 좋았다. 그곳에 심어놓은 큰 가로수는 이팝나무들이었다. 이미 꽃이 진 다음이니 꽃으론 나무를 알아볼 수는 없을 테고, 나무줄기의 겉껍질이 햇볕에 탄 살갗의 허물 벗겨지듯 한 꺼풀 한 꺼풀 저절로 벗겨지는 나무가 바로 이팝나무이다.
난간 아래엔 조팝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 옆에 갯버들, 줄기사철, 쑥부쟁이, 인동덩굴, 구절초, 창포 등 우리나라의 야생초로 천변을 새로 단장해놓은 듯했다.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봄마다 흐드러지게 핀 이팝꽃과 조팝꽃을 보게 되고, 가을이면 쑥부쟁이와 구절초, 한겨울에도 잎 푸른 사철과 인동초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엔 그곳에서 가재를 잡았다고 했다. 어쩌면 다시 그곳에서 가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그곳을 푸르게 푸르게만 가꾼다면 말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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