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전원회의를 열고 하이트맥주의 진로소주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하이트주조(옛 보배주조)의 매각은 인수 조건에 포함하지 않았다
인수조건은 ▦하이트ㆍ진로 양사의 모든 주류가격을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상 인상하지 않는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거래강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3개월 내에 공정위 승인을 받는다 ▦양사의 영업관련 조직인력을 5년간 분리 운영한다 ▦양사의 주류도매상 물품 출고내역을 반기별로 5년 동안 공정위에 보고 한다 등 4가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논란이 됐던 소주와 맥주는 긴밀한 대체관계가 없다고 판단해 별개의 시장으로 결론내렸다”며 “다만 경쟁 제한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보고 4가지 독점피해 방지 조건을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트ㆍ진로는 맥주시장 58%, 소주시장 55.4%를 장악한 절대강자 주류그룹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지난해 실적을 단순 합산하면 양사의 매출규모는 총 1조5,000억원대(주세 제외), 순이익 총 3,3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하이트와 진로는 각각의 취약지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상승효과를 낳을 수 있어 위스키를 제외한 대중주 시장의 천하통일을 이룰 전망이다.
경쟁사들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 “진로ㆍ하이트가 수도권 소주시장의 93%를 독점한 진로를 담보로 주류도매상에 하이트를 밀어넣는 식의 끼워팔기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격인상 제한은 결국 공룡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며 “1년 후 5~7%포인트의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소주업체 관계자도 “과거 진로가 카스 맥주를 출시했을 때 2년 만에 15%의 시장을 차지한 것이나, 두산이 소주 경월을 인수했다가 되팔 때 점유율이 4~5%포인트씩 오르내린 사례를 보면 끼워팔기는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맥주는 10일 내 인수대금의 잔금(3조860억원)을 치러야 하며, 진로는 이후 5일내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한 뒤 15일내 채무변제 등 진로 정상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르면 9월초 진로가 법정관리를 종결하면 2004년 5월 이후 16개월 만에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이트측은 진로를 인수한 후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 수출에 주력하며 ▦2007년 진로를 상장시키겠다는 운영방향을 밝혔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공정위 판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진로 정상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