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서 화두(話頭)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논쟁은 동국대 교수 성본 스님이 참선수행의 대표적 화두로 꼽혀온 ‘이뭣고?’에 대해 얼마 전 출간한 저서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에서 “화두가 아니다”라고 주장(본보 15일자 23면 보도)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깨달음과 관련한 불교계의 진지한 논쟁은 과거 성철 스님에 의해 제기됐던 ‘돈점(頓漸ㆍ단박에 깨닫는가, 깨달음 이후에도 계속 수행해야 하는가)논쟁’ 이후 10여년 만이다.
간화선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경북 봉화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은 최근 성본 스님의 주장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고우 스님은 20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신도회 주최 ‘재가자 하안거 간화선 공부’ 법회에서 “‘이뭣고?’는 화두가 아니고 업장만 짓게 한다는 주장은 신라시대 도의국사가 선법(禪法)을 전한 이래 한국불교 1,300년 역사를 하루 아침에 깔아뭉개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우 스님은 5월 출판된 조계종 간화선 수행지침서 ‘간화선’ 편찬을 주도한 전국선원수좌회 편찬위원 5명중 한명으로, 간화선 수행을 논하는 곳이라면 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만큼 간화선 보급에 열성적이다.
고우 스님은 이날 ‘화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법문에서 “천 가지 의심을 하든, 만 가지 의심을 하든 의심은 하나다. 한가지 의심만 깨달으면 천 가지 만가지 의심을 깨닫는다”고 한 대혜(1089~1163)스님의 ‘서장’을 인용하면서 의심이야말로 화두 공부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성본 스님은 앞서 “화두 참구는 깊은 사유와 통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며, 의심만하게 하는 것은 간화선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고우 스님은 “선사들이 화두를 제시한 것은 의심하라고 한 것은 아니고, 바로 깨달으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깨닫지 못하니 의심하는 것이다”라며 “‘선요’를 보면 깨달음은 의심이 작용해야 온다고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의심해서 화두가 깊이 들어가면 업이 녹는다고 선사 스님들이 말했다”면서 “‘이뭣고?’는 업장만 짓게 한다”는 성본 스님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화두 공부에서 의심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도 생각하고 저렇게도 생각해보는 것 같이 궁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불교가 뭡니까’하는 것이 공안(公案)이고, ‘마른 똥막대기다’하는 것이 화두인데, 의심을 하게 되면 말 길과 생각의 길이 다 끊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고우 스님은 또 “염불선을 주로 하는 중국의 절에서 ‘염불하는 이놈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벽에 많이 붙여 둔 것을 봤고, ‘이 뭣고?’를 써 붙여 둔 것도 본 적이 있다”고 한국 외에는 ‘이뭣고?’ 를 화두로 쓰는 나라가 없다는 성본 스님의 주장을 반박했다.
고우 스님은 법문을 마무리하면서 “발심(發心)이 잘 된 사람은 어느 화두라도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선지식이 그 사람에게 맞는 화두를 주어야 한다”면서 이날 참석한 신자들에게 ‘나라는 이 송장을 끌고 다니는 이놈은 무엇인가’라는 ‘이뭣고?’ 화두를 주었다.
‘이뭣고?’ 화두 논쟁은 수좌 스님들이 여름 3개월간의 하안거를 마치는 8월 하순이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불교계는 오랜 만에 불거진 논쟁이 엄밀한 논증과 객관적 이해를 통해 간화선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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