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 더위가 시작됐다. 늦은 밤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공원이나 강변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계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쉽다. 앞으로도 당분간 잠 못 드는 열대야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하니 이를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열대야란?
열대야란 하루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것을 말한다. 이 현상은 일 평균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이면서 일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인 한여름에 자주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장마가 끝난 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는 시기에 밤에 복사냉각효과가 감소하면서 나타난다.
특히 열대야 현상이 농촌지역보다 도시지역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도심의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뿜어 나오는 인공 열이 엄청난데다가, 빌딩이나 아스팔트 같은 인공구조물이 한낮에 열을 흡수해 두었다가 밤에 뿜어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기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대기 밖으로 방출해야 하는 열기를 그대로 붙잡아두는 ‘도시 열섬 현상’ 즉 온실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여름 밤에 잠 안 오는 이유
수면은 기온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온이 높으면 잠자는 동안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발동하면서 중추신경계가 흥분하기 때문에 결국 몸을 자꾸만 뒤척이게 되고, 꿈을 꾸면서 깊은 수면을 취하게 되는 단계인 렘(REM) 수면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렇게 밤잠을 설쳤다고 늦잠을 자면 생체리듬이 깨져 불면의 밤은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어진다.
한번 뒤틀린 생체리듬은 열대야가 없어지더라도 곧바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피로감, 짜증, 무기력, 집중력 장애, 두통, 식욕부진, 소화장애 등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므로 작업장 등에서는 산업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열대야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열대야에 시달린 다음날 아침에는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피곤하다. 항상 온몸이 무겁고, 낮에는 꾸벅꾸벅 졸거나 두통,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는 ‘열대야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낮잠을 오래 자면 생체리듬이 깨지게 되고, 자칫하면 인체 내에 있는 ‘생체시계’가 헝클어지면서 고질적인 불면증에 빠질 수도 있다.
을지대병원 정신과 최경숙 교수는 “숙면을 취하려면 우선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요인들을 멀리해야 한다”며 “카페인이 든 커피나 홍차, 초콜릿, 콜라, 그리고 담배는 각성효과가 있어 수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중추신경이 흥분할 뿐 아니라 피부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됐다가 확장되는 생리적인 반작용이 생겨 오히려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공포영화 같은 납량물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 등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억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것도 좋지 않다. 15분 내에 잠이 오지 않으면 잠자리를 벗어나서 몸을 식힌 후에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지나친 운동도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저녁 무렵 간단한 산보 정도는 좋지만 늦은 시간 과다한 육체활동은 좋지 않다. 또 늦은 밤에 음식을 먹는 것도 숙면을 방해하는 습관이다.
자기 직전에 식사를 하면 소화를 시키느라 몸에서 열이 더 나기 때문이다. 잠자기 전 수박이나 음료수 등 수분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잠이 오지 않으면 술을 한잔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잠은 잘 들 수 있지만 오히려 수면 중간에 자주 깨게 만들므로 좋지 않다.
불면 악순환 어떻게 탈출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다. 규칙적인 생활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 생체리듬이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적당한 운동과 고른 영양 섭취, 절제된 생활만이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비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같은 시간에 기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잠을 설쳤다고 해서 늦잠을 잤다가는 불면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는 흰 쌀밥보다는 국수나 잡곡, 그리고 비타민이 많은 야채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신선한 우유나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도 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좋다. 땀을 씻어내어 피부가 기분 좋게 보송보송해지고, 체온도 내려가면 수면을 취하기가 훨씬 쉽다. 초저녁의 적당한 운동도 도움이 된다. 운동하면 당장은 체온이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체온이 내려가 수면을 취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숙면을 위한 10계명
1.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라.
2. 낮잠은 30분 이상 자지 마라.
3.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마라.
4. 자극적인 음악 감상, TV 시청, 독서는 피하라.
5. 실내를 숙면을 취하기 좋은 온도인 20도로 유지하라.
6. 심한 운동은 피하라.
7. 샤워는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로 해라.
8. 잠자기 직전 음식을 먹지 마라.
9. 카페인이 든 커피, 초콜릿, 담배를 자제하라.
10. 여유를 가져라.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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