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극장도, 콘서트도 못 가시는 분들 많잖아요. 이번 공연은 아이들 맡길 필요 없이 온 가족이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예요.”
2000년부터 봄, 가을마다 야외 콘서트를 해 온 그룹 ‘동물원’. 가족 단위로 와서 즐기고 가는 관객들을 보면서 흐뭇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 하는 것 같아 왠지 아쉽기만 했단다.
“어린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오긴 하지만, 막상 와서는 따로 공놀이나 술래잡기를 하더라고요.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혜화동’, ‘거리에서’, 죄다 이런 노래들이니 아이들이 좋아하겠어요? 하하.”
이제 어엿한 가장이기도 한 멤버 3명은 언젠가는 아이들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하자고 입을 모았다. 1년째 이 무대를 궁리해 오다, 올 여름 방학 시즌에 맞춘 ‘아빠들의 동요 콘서트’로 빛을 보게 됐다.
“정작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특히 우리 멤버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각자 또 직업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주말에도 일 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이죠.” 다들 상황은 비슷했다. 잠 자리에 든 아이들의 모습이 훨씬 익숙한 것이다.
박기영(42ㆍ키보드)씨의 아들 정호(12)군은 아빠를 오히려 무대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단다. “정호는 갓난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공연 때는 빠지지 않고 왔어요. 이제 레퍼토리를 다 외운 터라 또 온다고 하면 괜시리 부담스러울 때도 있더라고요. ‘아빠 이제 좀 다른 것 없어?’ 하고 불평 할까봐서요. 하하.”
3살 된 아들 재상이와 2살 된 딸 재린이를 둔 유준열(43ㆍ기타)씨는 얼마전 아이들에게 동요 CD를 선물하려고 음반점에 들렀다. “악기나 편곡에 하나 하나 신경 써서 제작한 앨범이 없더군요. 대부분이 기계음이었는데 참 아쉬웠어요. 진짜 피아노나 바이올린, 악기 자체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 주고 싶거든요.”
배영길(42ㆍ기타)씨도 맞장구 친다. “감정이 없는 기계 소리에 길들여지는 아이들과, 악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분명 틀릴 것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정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소리를 듣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이번 공연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악기와 소리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자리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레퍼토리가 그래서 중요했다. 공연 직전인 8월 3일까지 희망 아동들을 대상으로 동시 응모전을 열어 추려낸 3작품에 이들이 직접 곡을 붙이고 무대에서 들려준다.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경험일 것 같아요. 본인이 쓴 동시가 하루 아침에 노래로 만들어져 무대에서 가수가 불러주니 아이들이 신기하겠죠?”
아아들에게 이번 공연은 귀만 즐거운 게 아니다. 생소한 악기들을 직접 쳐보는 시간은 물론, 엄마 아빠가 젊은 시절 즐겨 듣던 ‘변해가네’ ‘널 사랑하겠어’ 등 동물원의 가요를 부를 때는 그에 맞는 그림일기 영상도 보여 줘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또 ‘아빠 힘내세요’ ‘사랑의 인사’ 등 요즘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선곡, 동물원 팀의 아빠들이 편곡해 부른다.
동물원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두 세대 모두 따분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기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8월13일~21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열리며 어린이와 학생은 1만5,000원, 어른은 2만5, 000원. (02)751-1500.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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