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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싹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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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싹한 메시지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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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언론들의 최대 관심사는 맨해튼 연방법원의 바버라 존스 판사가 미 역사상 최대 규모(110억달러)의 회계부정 혐의로 피소된 버나드 에버스 전 월드컴 회장에게 선고한 형량과 판결 이유였다.

6월 검찰이 징역 85년형을 구형하자 변호인단은 에버스가 한때 미국 젊은이들이 꿈꾸는 ‘성공신화’였고, 자선활동 등 수많은 사회 공헌을 했으며, 고령에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며 관용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63세인 그에게 사실상 종신형인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수백만명의 투자자들에게 입힌 피해를 감안할 때 이보다 낮은 형량은 범죄의 중대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에버스가 미시시피주에 소규모 장거리 전화회사를 세운 것은 1983년. 이후 그는 영세 전화회사를 사들이는 수십건의 M&A로 덩치를 키워나가면서 ‘통신업체의 미래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인터넷 전송망과 접속점을 갖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핵심역량 확보전략에 부심하던 그에게 96년 통신시장의 진입장벽을 허무는 새 통신법의 통과는 천재일우의 기회였고, 98년 마침내 3대 장거리 전화사업자의 하나인 MCI를 인수, 통신업계의 거인이 됐다.

△에버스의 성공스토리는 1999년 여름, 시가총액 1,800억달러의 세계 최대 통신기업으로서, 경쟁업체인 스프린트 인수 시도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독점방지법에 저촉돼 무산된 이 빅딜 추진과정에서 그는 회계부정을 지시하게 되고 결국 2002년 그것이 들통나 일순간에 파멸로 치달았다.

에버스는 선고공판에서도 “회계부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부하임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나 법원은 “그가 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았으며 범죄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며 일축했다.

△한때 10억달러를 웃돌았던 에버스의 재산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을 무마하느라고 모두 날라갔다. 그런 그를 기다리는 것은 연방교도소의 차디찬 감방뿐이다. “이번 판결은 대규모 사기사건 등 화이트칼러 범죄자들도 조직폭력범들에게나 내려지던 중형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오싹한 메시지”라는 촌평이 실감난다.

에버스가 기죽을 규모의 천문학적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68세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1차 공판이 2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심장질환 장폐색증 등의 지병이 악화돼 내달로 연기됐다. 우리 법원은 과연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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