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나,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입가에는 아직 미소가 보이지 않고 있다. 6월말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7% 가까이 급등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가가 단기 급등했던 6월21일 이후 이달 20일까지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들의 투자행태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이 기간 중 1조7,933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들은 1조3,925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한국 증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국면을 수익 실현의 기회로 활용했지만, 외국인들은 조만간 큰 장(場)이 설 것으로 보고 적극 매수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지수와는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실질예탁금 추이를 감안할 때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최근의 상승국면을 적극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기 보다는 과거 주가 하락기에 입은 손해를 만회하고 증시 탈출을 감행하는 시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과 개인들의 엇갈린 행보는 극단적인 수익률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이 6월말부터 이달 20일까지 개인과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패턴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10.84%에 달했다. 반면 개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시장평균 수익률(6.5%)에도 훨씬 못 미치는 1.21%에 머물렀다.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는 12.9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위와 3위인 포스코와 현대차도 각각 9.32%와 18.26% 상승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SK는 오히려 8.58%나 떨어졌으며, 순매수 2위와 3위인 LG필립스LCD와 한진해운도 각각 6.86%와 0.96%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는 순매수 1위 종목인 SK가 8.58% 하락하긴 했으나, 2위와 3위인 한국전력과 현대증권은 각각 4.73%와 19.95% 상승했다. 이에 따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도 7.55%로, 개인보다는 외국인 수익률에 가까웠다.
이처럼 외국인과 개인들의 투자수익률이 엇갈리면서 외국인 위주의 투자전략이 다시 각광을 받는 분위기이다. 대우증권은 이날 분석자료에서 “대형주가 중심인 외국인 선호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선호했던 저평가 종목보다는 외국인 매수 및 이익 모멘텀이 이어지는 정보기술(IT)과 금융 산업재 섹터 중심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