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성인남성만 종중(宗中) 회원으로 인정해온 관습과 수십 년 된 판례를 깨고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성인여성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부는 21일 “20세 이상 성인여성에게도 종중원(宗中員)의 자격을 인정해 달라”며 용인 이씨 사맹공파 기혼여성 5명과 청송 심씨 혜령공파 기혼여성 3명이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회 회원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중원의 자격을 성인남자로 제한하고 성인여성에게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관습은 사회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이미 법적 확신이 상당히 약해졌으며, 개인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현행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동 선조의 성과 본이 같으면 성별과 무관하게 종중원이 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변경된 판례는 향후 새로이 성립된 법률관계에만 적용된다”고 밝혀 이 판결 이전의 종친회 운영이나 재산처분 등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의 원고 8명도 종원 자격은 인정 받게 됐지만 이미 이뤄진 재산분배에 대해서는 구제를 받을 수 없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여성 5명은 종중이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건설업체에게 350억원에 판 뒤 성인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 지급한 반면, 미성년자와 성인여자에게는 종중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채 증여 형태로 1,650만~5,500만원씩 차등지급하자 소송을 냈다. 청송 심씨 혜령공파 여성 3명도 종중에서 재산을 성인남성과 차등 분배하자 별도의 소송을 냈다.
김용식 기자 jaw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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