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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일본군위안부, 국제사법재판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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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일본군위안부, 국제사법재판소로

입력
2005.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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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나카야마 나리아키 일본 문부과학상이 “종군위안부라는 말은 원래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물러섰으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문부과학상이라는 공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한 발언인만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거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해 왔다. 1996년 제52차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된 ‘군사적ㆍ성적 노예제 특별 보고서’는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자 처벌, 교과서 개정 등을 요구하였으나 일본은 국가 차원의 법적 손해배상 책임을 거부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98년 제54차 유엔인권위원회도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책임과 책임자 처벌을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는 인권위의 결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성격일 뿐이라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사과, 배상 거부하는 일본

그렇다면 일본 정부에 대해 손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국제기관은 없는가? 대표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의 사법기관으로 국가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있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법재판소는 임의적 관할권을 갖기 때문에 분쟁 당사자가 합의하여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경우에만 관할권을 갖고 재판을 하여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일부 다자 또는 양자 조약은 당해 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분쟁이 있는 경우 문제의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방적으로 회부할 수 있다는 ‘재판 회부 조항’이 딸려 있는 경우가 있다.

특정 조약에 이러한 재판 회부 조항이 있는 경우, 조약 당사국 간에는 국제사법재판소가 당해 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에 대해 강제관할권을 갖게 되어, 어느 한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을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방적으로 제소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모두 당사국인 조약이 있고, 그 조약에 재판 회부 조항이 있다면, 우리는 일본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여성차별철폐협약을 통한 제소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협약 제6조는 ‘당사국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및 매춘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 협약 제29조 1항은 ‘본 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에 관한 둘 또는 그 이상 당사국 간의 분쟁이 직접 교섭에 의해 해결되지 아니하는 경우 그들 중 하나의 요구가 있으면 중재 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

중재 재판 요구일로부터 6개월 이내 당사국이 중재 재판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 동 당사국 중 일방은 국제사법재판소 규정에 부합하는 요청에 의해 동 분쟁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차별철폐 협약으로 제소

우리나라는 84년 12월 27일, 일본은 85년 6월 25일에 비준하였으므로, 양국은 모두 이 협약의 당사국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일본이 위안부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 조치, 역사 교과서 서술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여성차별철폐협약 제6조 등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일본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본이 거부할 경우 일본을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

김영석 이화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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