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거예요. (종중 재산을) 심씨 집안을 위해서 쓰기를 바랬는데 그냥 남자들끼리 나눠 먹는 것을 보니까 인간이 이렇게 후진적인가 싶고, 너무 억울해서…”(청송 심씨 혜령공파 심정숙씨)
“종친회원으로서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의무를 먼저 잘 수행해야죠.”(용인 이씨 사맹공파 이원재씨)
21일 여성에게도 종친회 종원(宗員)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청송 심씨 혜령공파 3자매와 용인 이씨 사맹공파 여성 5명은 성취감을 감추지 않았다. 8남매 중 여동생 2명과 함께 5년간 소송을 이끌어온 심정숙(69)씨는 “우리가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재판을 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이들은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역시 문중 남성들과의 마찰을 들었다. 심씨는 “5명 남자 형제와 의절하다시피 한 것이 무척 마음 아프다”며 “지난해에는 노모가 돌아가셨지만 오빠들이 장례식장 참석을 막아서 며칠을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용인 이씨 소송을 주도한 이원재씨 집안은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6촌 오빠가 호주(戶主)로 입양됐다. 종중이 1999년 소유 임야를 매각해 350억원의 이익금을 분배할 때 입양된 오빠에게는 거액이 상속 됐으나 친자식인 자매들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다른 출가 여성 100여명과 함께 종친회에 항의해 분배금을 일부 받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종중 일에 적극 참여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꺾는 현실이 너무 부당하게 느껴져 소송을 내게 됐다.
이들은 “종원으로서 의무감이 싫어서 종중을 벗어나려고 소송을 내는 남성들도 많습니다. 남녀 모두를 위한 판결이에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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