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조기 개헌론’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 구체적 일정과 방안이 제시됐고, 야권에서도 논의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권 핵심부의 연정(聯政) 제안이 결국 개헌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해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심상치 않은 징후다.
열린우리당에서 그간 일부 의원이 필요성 정도만을 언급해온 조기 개헌론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이는 이인영 의원이다. 그는 2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ㆍ부통령제,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했다. 지역구도 심화와 정경유착 복원 가능성, 민주화투쟁의 성과 부정 등을 이유로 내각제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야권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밝혀온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개헌논의를 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한 대표는 “국회에 개헌특위를 둬 안을 만들게 하고 좋은 안을 갖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원내 선임부대표인 이병석 의원이 “권력구조, 선거구제 개편, 영토 및 경제조항 등을 포함한 개헌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고, 민주노동당은 11~13일 의원단 워크숍에서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당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할 것을 결의했었다.
현재로선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 이후를 본격 논의 시점으로 잡고 있어 당장 이 같은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에선 이 의원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정점으로 한 재야파의 핵심멤버라는 점 때문에 이를 계기로 개헌을 둘러싼 계파별 분화가 점차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대통령의 연정 구상이 내각제 개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김 장관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대권 후보들의 유ㆍ불리에 따라 박근혜 대표의 조기 공론화 반대입장에 대해 공개적 이견이 제기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