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사태’에도 불구하고 저를 학장으로 뽑아준 게 바로 학문의 전당으로서 고려대가 가진 건강성을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파행으로 곤욕을 치른 고려대가 신임 경영대 학장에 삼성 비판자로 유명한 장하성 교수(52)를 선임했다. 장 교수는 12일 경영대 교수회의학장선임 투표에서 압도적 찬성표를 얻고 2년 임기의 신임 학장으로 선출됐으며, 다음달 1일부로 임무를 시작한다.
12일 연구실에서 만난 장 교수는 “삼성 임원으로부터 축하전화도 받았는데 내가 무슨 삼성 저격수냐”면서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비판이었고 삼성측도 그렇게 생각해 나를 존중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2001년 9월까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았던 장 교수는 1999년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해 8시간30분 동안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개정을 요구하며 삼성전자를 코너로 몰아붙여 표결까지 간 ‘전력’이 있다. 최종심에서 패소하긴 했지만 97년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가 삼성전자 사모 전환사채를 매입한 뒤 주식으로 전환하자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변칙증여”라며 소송을 내 삼성을 ‘괴롭히기도’ 했었다.
장 교수는 “재벌개혁에 앞장서온 경력 때문에 꺼릴 법하건만 교수들과 어윤대 총장 모두 나를 학장으로 선임했다”며 “그게 학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고대의 100년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에서 재원 조달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우수한 인적 자원들을 배출해내기만 하면 어디서라도 자발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장 교수는 임기내 “고대 경영대학이 아시아 내에서는 최고 수준의 연구대학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선영 기자 s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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