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미 연방 대법관 지명자는 ‘법관의 무덤’으로 불리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 미국의 109명째 대법관에 안착할 수 있을까.
로버츠 지명자는 20일 상원의 공화ㆍ민주당 대표 등을 예방하는 것으로 길고 험난한 인준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다음 대법원 회기가 시작하는 10월 3일 이전까지는 로버츠 지명자가 대법관석에 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패트릭 레히 상원의원은 “종신제 대법관이 되는 길에 누구에게도 자유 통행증은 없다”고 8월 중순 또는 9월초 시작할 청문회에서 이 보수적 법관을 단단히 몰아세울 뜻을 비쳤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하는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보다 보수적 색채가 짙은 로버츠를 후임에 지명함으로써 민주당과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의 선택이 민주당과의 대결 일변도라고만 볼 수 없다. LA타임스는 오히려 “민주당의 반대를 최소화하려는 고도의 인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로버츠보다 더 극단적인 보수 성향의 판사를 제쳐둠으로써 민주당의 반대 명분 약화를 노렸다. 실제로 로버츠는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로부터도 자질에 대해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2003년 항소법원 법관 인준 때는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 3명의 반대가 있었지만 상원 전체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러나 대법관 인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진보 단체들은 낙태 문제 등에 대한 그의 성향을 문제 삼아 TV 광고 등을 통한 대대적인 인준 반대 운동을 전개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향후 인준 전쟁의 관건은 법관 인준 때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행사하지 않기로 한 ‘14 갱들의 합의’가 지켜지느냐 여부다.
민주당이 로버츠의 재판 기록이나 공적 문서의 조사과정에서 찾아내는 문제가 ‘아주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의사진행방해 전술을 구사할 경우 양당의 극단적 대결과 그에 따른 인준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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