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1일 성인남성만 종중(宗中) 회원으로 인정해온 관습을 깨고 성인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 판례를 내자 여성계는 “당연한 결과”라며 반겼다. 하지만 판결 이전의 종중 결정에 대해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성균관은 “전통적인 정서가 무너진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1,2심에서 패소한데다 기존 판례도 있어 대법원이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향적으로 생각을 바꿔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일부에서는 재산문제가 불거지니 권리만 주장하고 나선다는 여론이 있기도 했는데 오히려 재산문제인 만큼 여성에게도 권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호주제 위헌 판결 등 양성 평등적 관점에 입각한 판결들이 하나 둘씩 나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위원은 “판결 이전 종중의 결정에 대해 소급적용이 안 되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하지만 추후에라도 이번 건과 같이 재산이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장도 “호주제 폐지가 부계 중심의 가족 문화를 법적으로 부정한 것이라면, 이번 판결은 관습적ㆍ의식적인 면에서도 부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가족 내의 성 평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승관 성균관 전례위원장은 “종중은 조상을 숭배하는 자손들의 모임이라는 특수한 조직”이라며 “출가외인인 딸들이 참가한다면 남성도 모두 처갓집 제사에 참석해야 하고 권리를 달라고 할 텐데 이 혼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 위원장은 “출가한 여성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선의를 갖고 있다면 혹시 모르겠지만 이번 경우는 종중 재산에 대한 권리만을 찾겠다는 의미가 크다”며 “조상을 숭배한다는 순수한 민족의 전통사상이 황금만능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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